그간 미스터리이던 태양계 초기 광물 생성의 기원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이정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해 별이 태어나는 초기 단계에서 규산염이 결정화하고, 이때 생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바깥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결정질 규산염은 태양계 형성 초기 물질 이동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혜성 내 고온 광물’ 형성 원리 밝혀 준 JWST
규산염은 지구 지각의 약 90%를 차지하는 광물로, 지구형 행성과 혜성의 핵심 구성 성분이다. 그런데 결정질 규산염은 섭씨 6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태양계 외곽의 극저온 혜성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돼 왔다. 고온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어떻게 먼 외곽까지 옮겨갔는지는 오랫동안 이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난류 혼합 등 여러 가설이 제시됐지만, ‘결정화’와 ‘이동’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뒷받침할 관측 증거는 부족했다.
이에 최근 학계에서는 별의 형성이 ‘폭발적 질량 유입(폭발적 강착)’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며 이때 태아별 주위 원반이 급격히 가열돼 규산염이 결정화될 수 있다는 이론이 주목받아 왔다. 원반은 태아별에 물질을 공급하고, 행성, 혜성을 생성하는 곳이다. 태아별은 아직 중심부에서 핵융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천체로, 주변 물질을 폭발적으로 흡입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태아별이 밝아지며 방출하는 에너지가 원반 물질의 화학적·광물학적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검증할 만한 감도와 분광·공간 해상도를 갖춘 망원경이 없었다.
그러다 2021년 JWST가 발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구팀은 해당 이론을 검증하고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JWST 관측 시간을 확보해 뱀자리 성운에 있는 태아별 ‘EC 53’을 관측했다. 지구로부터 약 1400광년 떨어진 EC 53은 약 18개월 주기로 밝기가 변해 휴지기와 폭발기를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천체로 꼽힌다. 연구팀은 EC 53의 휴지기와 폭발기를 나눠 중적외선 분광 관측을 수행했다.

관측 결과, 결정질 규산염의 스펙트럼은 폭발기에서 뚜렷하게 검출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나타내는 대역에서는 결정질 성분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결정질 규산염이 기존에 존재하던 물질이 아니라, 폭발 단계 동안 고온의 원반 내부에서 새롭게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폭발기에 생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원반풍’을 타고 바깥 영역으로 운반되는 경로도 제시했다. 원반풍은 원반 안쪽이 가열돼 원반 표면을 따라 바깥으로 생기는 가스 흐름이다. 결정질 규산염이 우주를 떠도는 혜성에서도 발견되는 이유다. 결정질 규산염의 생성과 이동 원리를 관측으로 제시한 첫 번째 사례다.
20년 연구 집념 통했다..."유기물의 행성 전달 경로 규명할 것"

이번 성과는 이 교수의 오랜 이론적 예측이 결실을 맺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간헐적 강착에 대해 20여 년 동안 연구해오며 태아별의 폭발적 질량 유입이 혜성을 구성하는 성분의 물리·화학적 상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해 왔다”며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관측 경험과 새로운 관측 자원의 결합이 어떻게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미래 연구 주제를 새롭게 생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연구 일화도 전했다. 이번 연구 과정에서 연구팀은 JWST를 미소운석 충돌 위험이 큰 영역에서 활용해야 했다. 미소운석은 모래 알갱이보다도 작지만 망원경에 치명적이다. 실제 JWST는 2022년, 미소운석이 주경에 충돌해 손상이 생기면서 충돌 위험이 높은 구간의 관측은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의 과학적 중요성이 인정돼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이다. JWST 관측 시간은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l)가 매년 사이클 단위로 공모를 내고, 경쟁 심사를 통해 배정한다. 관측에 요구되는 시간보다는 연구 경쟁력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고 1년 동안 관측 가능한 시간만큼의 제안서까지만 승인된다. 학계에선 관측 허가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과학적 설득력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해 운영 중인 SPHEREx 우주망원경을 활용하여 태아별 후보를 선별하고, JWST로 정밀 관측하는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별과 행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물과 유기물이 어떻게 행성계로 전달되는지 규명하는 것이 목표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