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는 통상 같은 업계로 뭉뚱그려진다. 한국제약협회는 30년 가까이 써온 기존 명칭을 버리고 2017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이런 두 업계가 최근 이재명 정부의 제약·바이오 정책 방향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바이오혁신 토론회’에서 “K바이오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에 환호한 건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 모두 마찬가지였다. 두 업계의 희비가 갈리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부터다.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겠다고 한 정부의 약가 개편안에 제약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매출에서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50%에 이르는 제약사에 제네릭 약가 인하는 곧 매출 감소와 동의어여서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개편안 시행에 따른 업계 피해 규모가 연간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개편안의 기저에는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내수시장에서 복제약이나 팔고 있다’는 시각이 깔렸다. 정부는 기존처럼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은 회사에 68%의 가산율을 적용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형 제약사일지라도 R&D 투자 비율 ‘상위 30%’에 들지 못하면 가산율을 55%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독소조항이 뒤따랐다. 더욱이 혁신형 제약사 가산은 사실상 기존 제네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약가 개편을 통해 신약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정부 논리도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네릭 매출을 ‘캐시카우’로 삼고 있는 회사들의 돈줄을 끊으면서 R&D 투자액을 늘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R&D 절대액은 크지만 매출 비중이 30%에는 못 미치는 대형 제약사도, 매출 상당분을 제네릭에 의존하는 소형 제약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애써 혁신 바이오 기업과 전통 제약사를 구분 짓고 있는 정부는 정작 바이오 기업 성장에 제약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는 듯하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대부분 바이오 기업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대상은 국내 제약사다. 제약사로부터 받는 마일스톤과 로열티 등으로 R&D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임상·허가 노하우는 물론 상당수 인력이 제약사에서 온다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점이다.
K바이오는 전통 제약사와 혁신 바이오 기업이라는 두 날개로 떠 올랐다. 한쪽 날개가 꺾이는 순간 “규제의 기본은 지키되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은 여느 정부처럼 정권 초에 외치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