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동산 시장이 3년여의 긴 ‘하락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동부권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 지역 위주로 작년 4분기부터 가격이 반등하고 거래가 늘고 있어서다. 서부나 원도심 지역은 여전히 침체해 지역 내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건 문제로 꼽힌다.
◇ 해수동 분양권 수요 급증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1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작년 9월까지 3년3개월간 지속된 하락세와 다른 분위기다. 최근 8주간 누적 상승률을 살펴보면 해운대가 1.25%로 가장 높고, 동래(1.22%) 수영(0.79%)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1.52%)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7월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분양한 르엘 리버파크 센텀이 ‘청약 흥행’을 기록한 게 반등 계기가 됐다. 전용면적 84㎡는 조기 ‘완판’(100% 계약)됐다. 모처럼 이뤄진 선호 지역 내 하이엔드 단지 공급으로 그동안 관망하던 수요자가 대거 몰렸다. 이후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오며 서울 ‘원정 투자’가 막히자 부산의 대기 자금이 지역에 머무르는 효과도 나타났다. 10·15 대책 전후 세 달간 부산 아파트 거래량은 9159건에서 1만1681건으로 27.5% 늘어났다.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에 따르면 2026~2029년 부산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6000여 가구로, 전체 아파트 재고량의 4.2%에 그친다. 전국 평균(4.7%)보다 낮다. 이마저도 대다수 신규 물량이 강서구 등 서부권역에 몰려 있다. 공급 불안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브랜드·대단지로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동래구 온천동 ‘동래래미안아이파크’ 전용 114㎡는 작년 11월 15억1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수영구 남천동 ‘남천자이’ 전용 84㎡ 31층 물건 거래가는 작년 1월 13억8500만원에서 지난달 16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장재규 쉬운부동산 대표는 “해수동을 넘어 남구 대연동, 연제구 거제동 등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 서부·원도심은 ‘찬바람’
영도(-0.78%) 사하(-0.48%) 강서(-0.36%) 등 중·서부 지역은 최근 8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지역 내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어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분양 관계자는 “아침이면 경남 창원이나 양산 등 외곽 지역 공장으로 출근하려는 자동차 행렬이 쭉 늘어설 정도로 부산은 일자리가 없다”며 “기존 집값이 받쳐줘야 신축 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질 텐데 계약률이 오르지 않아 조직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이전 호재의 영향도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변 전셋값만 끌어올리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서부권역 중에서도 강서구는 중장기 경쟁력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에서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며 가격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입주 물량 공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쾌적한 신도시 주거 환경 덕에 40대 초반 등 젊은 학부모층의 수요가 꾸준히 있다”며 “교통이 불편하고 김해공항 소음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향후 가덕도신공항 호재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