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 했는데, 결국 안 들어왔네요.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막막합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임직원 급여 지연, 세금 체납에 따른 점포 압류, 납품률 하락이 겹치며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회생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1일로 예정된 임직원 월급을 결국 지급하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자금 사정 악화로 인해 급여를 분할 지급한 바 있지만, 급여가 아예 밀린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한 직원은 "월급날 직전에도 1월분은 주지 못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며 "3000억원 대출받으면 월급을 주겠다고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월급도 주지 못하는 회사에 누가 대출을 해줄까 싶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급여 지연은 홈플러스의 유동성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협력사 대금 지급도 지연되면서 납품 물량은 전년 대비 약 45% 수준으로 급감했고, 매장 진열대가 비는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만 가득 찬 진열대도 늘어가는 처지다.
세금을 체납해 압류당하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 상인점은 지난해 7월부터 재산세를 체납해 누적액이 2억6000만원에 달하면서 토지와 건물이 압류됐다. 대구 수성점도 지난해 12월 지방세 체납으로 부동산이 압류됐고 경북 안동·영주·포항점도 각각 1억~3억원 규모의 지방세 체납으로 자산이 묶였다.
경남 창원·마산·진해점 역시 재산세 체납으로 압류됐고, 거제점은 건물에 대한 압류가 진행 중이다. 전남 순천점도 법원을 통한 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강원 춘천점은 지난 15일 법원이 지방세 체납으로 인한 압류 인용을 결정했다. 지자체들은 채권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지방세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매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운영 점포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계산·시흥·안산고잔·천안신방·동촌점 영업 중단에 나섰고 문화점·부산 감만점·울산 남구점·전주 완산점·화성 동탄점·천안점·조치원점 등 7개 점포도 문을 닫겠다고 공지했다. 홈플러스는 총 41개 '적자 점포'를 폐점해 대형마트 수를 85개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회생의 열쇠는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이라는 것이 홈플러스의 입장이다.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원씩 참여하는 구조를 요청했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금융권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주연 대표는 전일 국회 좌담회에 참석해 "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해 매장 물품이 50%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달 내로 긴급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 시계가 멈출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다만 노조는 자산 매각과 점포 폐점 위주의 회생계획은 알짜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청산(파산)을 유도하는 '기획 청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자가 점포 상당수를 매각하고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M&A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러한 방식이 현재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악화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량 점포를 팔면 당장 유동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기업 가치는 하락한다"며 "부천 중동, 해운대 등 가치가 높은 점포를 이미 매각한 상황에서 추가로 점포를 정리한다면 홈플러스는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