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전용 AI 플랫폼을 구축해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건 세계 최초입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제 AI의 문법을 새로 쓰는 과정입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21일 한국은행과의 공동 컨퍼런스 강연에서 ‘소버린 경제 AI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와 한국은행은 지난 10개월간 힘을 합쳐 한국은행 전용 AI 시스템 ‘보키(BOKI)’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중앙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한국은행 전산실 내부에 직접 네이버의 기술이 담긴 ‘마이크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망 분리 환경에서도 하이퍼클로바X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며 보안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금융 AI가 일반적인 AI와 달리 엄격한 보안,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 그리고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동시에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앙은행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난이도가 ‘극상’에 달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방대한 수기 문서의 디지털화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은행 문서의 디지털화 비중은 약 3%에 불과했다. 특히 1980년대 이전의 문서는 대부분 수기로 작성되어 기존 OCR(광학문자판독) 기술론 인식에 한계가 있었다. 네이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는 ‘옴니 모델’ 기술을 투입했다. 김 대표는 “한국 특유의 한자 섞인 수기 문서까지 디지털로 전환해 과거의 의사결정 자산들을 AI가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앙은행 업무의 핵심인 ‘시계열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접근을 예고했다. 기존의 트랜스포머 구조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AI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페이의 트랜잭션, 블로그·뉴스의 소비자 심리, 심지어 기업의 전기 사용량까지 실시간 인풋으로 사용해 경제를 매크로하게 분석하는 모델을 꿈꾸고 있다”며 “한국은행 전문가들과 네이버의 AI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 전체 프로세스 자체가 바로 소버린 AI의 실체”라고 정의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행과의 협력이 대한민국을 ‘제조 강국’을 넘어 ‘금융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새로운 영웅담의 한 페이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AI 서비스는 실행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종합 예술”이라며 “한국은행과 네이버의 연구자들이 한마음으로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