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비관적인 진단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과거 우리는 '기다려보자, 견디자'며 현실을 외면했지만, 그 결과 북한은 1년에 10~20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CBM 기술은 개선되고 있고 언젠가는 이 기술이 국경 밖으로 나가 전 세계에 위험이 도래할 것"이라며 "이렇게 놔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비핵화라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과거 정부들의 '전략적 인내'나 선언적 비핵화론과는 결을 달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면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선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가 조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운전석에 앉되, 실질적인 해결의 키를 쥔 북미가 마주 앉도록 판을 깔겠다는 '중재자론'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 관계를 "6.25 전쟁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불신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북측이 군사분계선에 삼중 철책을 설치하고 둔덕을 쌓고 있다"며 "제 추측으로는 전차 방벽을 쌓아 뭐든지 못 넘어오게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와 철도를 끊는 등 남북 간 증오심과 대결 의식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논란이 된 '무인기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와 유화적인 제스처에도 북한의 반응이 없는 와중에 무인기 사건이 터져, 북한에 '이재명 정부도 믿을 수 없다'는 핑계거리가 됐다"며 "이는 엄중한 사안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최형창/정상원 기자 call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