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출신인 김유리 업피플 리더십 코치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애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는다. 이 지점이 애플을 단순히 '일 많이 시키는 회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라며 이 같이 분석했다.
김 코치는 애플의 성과 관리, 내적 동기 유발 요인 등을 분석하면서 "애플은 임원이든 사원이든, 출장자를 항상 비즈니스석에 태우고 5성급 호텔에 묵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뜻 보면 돈 많은 글로벌 기업의 화려한 복지처럼 보이지만 이 구조를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이것이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성과 관리 시스템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예컨대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 입에서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자느라 허리가 아파서", "시차 적응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서", "숙소가 불편해서"와 같은 핑계가 나올 수 없도록 사전 차단한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이런 이유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그래서 협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말이 애초에 나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애플은 사람에게 결과를 요구하기 전에 모든 환경적 허들을 먼저 제거하고 무언의 압박을 준다. 이때부터 헌신은 강요가 아니라 '프로와 프로 간의 계약'이 된다"고 설명했다.
애플 성과 관리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즉각적 피드백'을 꼽았다. 김 코치는 애플 재직 당시 중국 배터리 공장으로 가격 협상 출장에서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었을 당시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회사로 복귀한 이후 "왜 그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당신을 출장 보냈는데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나",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서, 좋은 호텔에서 쉬면서, 도대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판단한 건가"란 피드백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코치는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저는 '프로정신'이란 단어의 무게를 몸으로 배웠다"며 "애플은 기대치를 숨기지 않고 기준에 미달했을 때 절대 돌려 말하지 않는다. 이건 인격 모독이 아니라 프로 간의 계약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의 확인"이라고 했다.
투명성 대신 '정보 비대칭'을 통해 깊은 몰입을 유도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애플만의 방식도 대표적인 업무 형태로 꼽힌다.
김 코치는 "(애플에선) 바로 옆자리의 동료가 구체적으로 무슨 프로젝트를 하는지 모른다"며 "이 폐쇄성은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깊은 몰입'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다. 애플에서는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120%의 퍼포먼스를 요구받다 보니 남의 일에 신경 쓸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유 있는 헌신'을 요구할 수 있어야 조직 내 성과 창출을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코치는 "무작정 애플을 흉내 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성원에게 성과를 요구하기 전에 그들이 성과를 내는 데 방해되는 환경적 요소를 어디까지 제거해줬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이 왜 의미가 있나,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면 구성원의 커리어엔 어떤 도약이 일어나는가'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헌신을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