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현 Fed 의장이 의장 임기 종료 이후에도 Fed 이사직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항하기 위해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15일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전에 차기 Fed 의장을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CNBC에 차기 의장 지명이 이르면 다음 주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파월의 Fed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는 Fed 의장이 퇴임할 경우 이사직에서도 함께 물러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충분히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파월이 이러한 전례를 깨고 이사직에 남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1940년대 후반 매리너 에클스 전 Fed 의장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치적 개입에 반발하며 이사직을 유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에 대한 통제 의지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파월 의장과 Fed 인사들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이어가는 한편, 대통령이 금리 결정 과정에 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Fed 이사회를 추가로 장악해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잔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 법무부가 파월을 형사 기소 가능성으로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파월이 해당 소환장을 트럼프의 Fed 장악 시도를 위한 ‘구실’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이러한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 책임자 크리슈나 구하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건 전개는 파월 의장과 마이클 바 Fed 이사 등 현직 인사들이 5월 이후에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바 이사의 임기는 2032년까지다. 그는 과거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을 맡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반 교체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해당 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미셸 보먼 이사가 감독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부의장인 필립 제퍼슨 역시 임기가 2036년 1월까지로 남아 있어 잔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시도가 강해질수록 현직 Fed 이사들이 집단적으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파월이 5월 의장 임기 종료 이후에도 이사로 남을 가능성은 최근 그의 공개 입장 표명 이후 높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시도는 현 FOMC 구성원들의 반발을 자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파월의 퇴장을 더 유력하게 보고 있다.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에 따르면 파월이 2026년 8월 이전에 Fed를 떠날 확률은 70%로 반영돼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후임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파월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또는 단기간 내 이사직에서도 사퇴할 가능성을 전제로 한 수치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법무부 조사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Fed 인사 지명을 막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파월 본인은 해당 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Fed 대변인은 CNBC에 “의장실 차원의 추가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파월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현재로서는 의장으로서 남은 임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추가로 전할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압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Fed 내부의 독립성 의식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데니리서치의 대표 에드 야데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Fed 순응 압박은 역설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Fed 의장은 과거보다 내부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질 수 있고, 대통령이 기대하는 것보다 Fed에 대한 통제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