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 산업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내 5대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내놓기로 한 상업영화는 단 22편에 불과하다. 화려한 대작이 줄어든 극장가의 빈자리는 해외 예술영화와 국내 독립영화가 채우고 있다. 이런 흐름속에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주는 곳이 백다빈 대표(사진)가 이끄는 필름다빈이다. 2017년 설립 당시에도 업계 최연소 제작·배급사 대표의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필름다빈은 이제 인디스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립영화판의 강자로 성장했다.
백 대표의 시작은 소박했다. 그는 “대학 시절 졸업 작품 제작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단편 영화 배급이 업이 됐다”며 “단순히 동료들의 작품을 돕던 노하우가 쌓여 직업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시장에서 버틸 수 없었다. 독립영화가 국가 지원 사업에만 의존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백 대표는 ‘해외 영화 수입 및 배급’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이를 “원대한 꿈이라기보다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행보”였다고 회상한다.
필름다빈은 21일부터 27일까지 한국 예술영화의 상징적 공간인 씨네큐브와 손잡고 대규모 기획전을 연다. 백 대표는 “알베르 세라의 작품을 포함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화제작 등 미개봉 예술영화 7편을 선보이는 이번 행사는 필름 다빈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상영작 중 1926년작인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 정식 개봉은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 대표는 “찰리 채플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키튼의 가치를 한국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영화계의 화두가 ‘버티기’라면, 백다빈 대표의 전략은 ‘정면 돌파’다. 그는 “천만 영화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하지만 ‘주토피아 2’처럼 매력적인 콘텐츠에는 여전히 관객이 몰린다”며 극장의 위기론을 경계했다. “관객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을 뿐, 영화의 본질적 재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돈 걱정 없이 영화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망설임 없이 “무명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것”이라 답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