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디자인을 입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개별 사업의 이름이나 컬러 등 외형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정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각 실국별 정책에 공통 디자인 원칙을 적용해 시민이 행정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디자인정책관이 힘을 보탠 대표 정책은 지난해 도입된 기후동행카드다. 국내 최초의 대중교통 월정액 무제한 이용권으로, 출시 3개월 만에 판매 100만 장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하루평균 이용자도 약 72만 명에 달해 목표치인 5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디자인정책관은 기후동행카드에 ‘탄소중립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정책 취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명칭과 디자인을 설계해 시민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용 권역 확대와 맞춤형 할인 도입으로 정책은 빠르게 확산했고, 정부가 올해부터 전국형 무제한 교통패스를 추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디자인정책관의 주도로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대중교통 통합 브랜드 ‘GO 서울’을 선보였다. 버스·지하철·따릉이·한강순환버스 등 교통수단 전반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묶었다. 런던과 파리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대중교통 시각 통합 브랜드를 처음 도입한 것이다. ‘GO 서울’과 기후동행카드의 ‘무한’ 심벌을 결합한 디자인은 이동의 연속성과 역동성을 잘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정류장·역사·자전거 대여소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디자인정책이 바꾼 서울 풍경
디자인을 접목한 서울시 정책은 도심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시청 앞 서울광장과 한강공원에 조성된 서울야외도서관은 ‘책 읽기 좋은 도시’라는 비전에 맞춰 시민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서울시는 2022년 ‘책 읽는 서울광장’을 이듬해 한강공원으로 확대하면서 통일된 디자인을 강조했고, 2024~2025년에는 ‘펀디자인’ 휴게공간과 벤치, 서울색 소반 등을 배치해 호응을 얻었다. 야외도서관의 명물이 된 소반과 벤치는 ‘인증샷’을 찍는 포토존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이 같은 공간 디자인은 대형 이벤트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보라매공원 등에서 165일간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체험형 공간 설계로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끌어모았다. 디자인정책관은 웰컴 파빌리온과 벤치 등을 통해 ‘시민이 머무는 공간’을 강조했다.
또 서울윈터페스타의 핵심 콘텐츠인 ‘서울라이트(미디어아트)’ 등을 기획·연출해 광화문광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겨울밤을 매력적인 도시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이제 디자인은 도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소프트파워”라며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행정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서울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동행·매력특별시’로 완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