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출생아 76년 만의 최저
세계 2위 인구 대국 중국이 ‘인구 절벽’ 우려에 시름하고 있다. 2021년 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데다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인구가 빠르게 줄고 노인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면서다.2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본토의 연간 출생아는 792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954만 명 대비 17%(162만 명)가량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가 700만 명대를 기록한 것은 1949년 ‘신중국’ 수립 이후 처음이다.
1950년대 2000만 명 안팎이던 중국 연간 출생아는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된 1970년대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2000만 명 이하로 떨어지더니 2022년엔 1000만 명 선마저 붕괴했다.반면 의료 기술 발달 등으로 지난해 사망자는 1131만 명으로 전년(1093만 명)과 비슷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 인구는 14억489만 명으로 전년보다 339만 명 감소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인구 전문가인 이푸셴 박사는 지난해 중국 합계출산율이 0.97∼0.98명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임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가 1명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유엔은 “중국 인구가 2100년 6억6300만 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 정부 대책도 효과 미미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인구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출산과 결혼을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로 삼고 세금 감면, 주택 구매 지원, 출산 휴가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최근에는 3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에 연간 보조금 3600위안(약 76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혼인 신고 절차 간소화와 무상 공립 유치원 제도도 추진했다. 올해 들어선 30년 넘게 면세 대상이던 콘돔 등 피임기구·피임약에 13% 부가가치세도 부과했다.대책 효과는 미미하다. 자녀 양육 비용을 감안했을 때 지원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양육비는 최대 100만~200만위안(약 4억2500만원)으로 추정된다. 중국 위와인구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에서 자녀 한 명을 18세까지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6.3배다.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높다. 미국(4.11배), 프랑스(2.24배), 호주(2.08배) 등 주요국의 2~3배다.
베이징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아들 한 명을 키우는 중국인 우모씨는 기자에게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키우기 어렵고, 나날이 불어나는 교육비를 감안하면 둘째는 고려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 빠르게 늙어가는 中
설상가상으로 고령화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연령별 인구를 보면 16∼59세가 8억5136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60.6%다. 2022년 62%, 2023년 61.3%, 2024년 60.9%에 이어 계속 하락세다. 반면 60세 이상은 3억233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했다. 65세 이상은 2억2365만 명으로 15.9%였다. 각각 전년 대비 1%포인트와 0.3%포인트 상승했다.65세 이상 인구를 15~64세 생산인구로 나눈 ‘노년 부양비’는 21%로 집계됐다. 아직은 일본(50%)과 미국(27%)보다 낮지만 베이징대 연구팀은 2050년이면 이 수치가 49.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5명이 일해서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50년엔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징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급속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잠재성장률과 정부 재정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내수, 부동산, 교육 등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중국 인구구조 변화는 높은 청년 실업률, 주거비 부담, 불안정한 고용 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