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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한 식탁에서 시작해 난장판으로 끝나는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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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한 식탁에서 시작해 난장판으로 끝나는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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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아파트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노부부와 세 쌍의 다른 부부들, 그리고 어린 아이 하나까지. 술상 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고성이 오가고 이내 몸싸움이 벌어진다. 이들 중 가장 고요한 존재는 어른들의 싸움을 관조하는 어린 아이와 그 사이를 평화롭게 오가는 고양이들 뿐이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직사각형, 삼각형> (이희준, 2025) 은 다수의 특이점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첫째로 영화는 러닝타임 46분의 ‘중편’ 영화다. 영화제가 아니라면 공개되거나 시장으로 나가기에 어려운 단편/중편의 특성을 고려하건대 이례적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가 (이만큼의 화제성을 가지고)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름아닌 배우 이희준의 연출작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사각형, 삼각형>은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한 청년의 위험천만한 나들이를 그린 이희준 배우의 첫 연출작 <병훈의 하루> (2018)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고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로 그는 두 번째 연출작에 대해 적지 않은 질문과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직사각형, 삼각형>은 그를 기다렸던 수많은 관객들과 질문들에 대한 응답이다.




    영화는 한 집안의 사위(진선규)가 처제 부부의 집에서 열리는 가족 모임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영화배우인 그는 오랜만에 만난 처가 식구들 모두의 관심을 받는다. 물론, 그들의 관심은 오롯이 그의 수입과 바뀐 재정 상태에 집중되어 있지만 말이다. 술상 앞에 모여 앉은 그들의 대화는 이제 처제 부부로 옮겨간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힘든 처제(권소현)는 무심한 남편(오의식)이 야속하기만 하고 이들의 갈등은 이내 몸싸움으로 번진다. 부부를 말리려는 오빠(오용)와 언니(정연) 역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싸움이 격해지는 와중에도 소주병은 늘어난다. 이쯤 되면 술을 더 마시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뭐, 대한민국의 수많은 집구석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그림이 아니던가. 이윽고 싸움의 끝은 가족들 간의 진심 어린 화해…… 가 아닌 집 밖에서 시작되는 타인과의 또 다른 싸움이다. 과연 싸움의 끝이라는 것이 있긴 한 것인지.





    <직사각형, 삼각형>은 한정된 공간, 즉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는 놀라울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영화는 다수의 인물들에게 동등한 분량의 (매우 많은) 대사를 부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화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연상하게 하는 ‘대화 영화 (conversation piece)’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직사각형, 삼각형>에는 일반적인 대화극에서 보기 힘든 특징 (영화의 가장 유쾌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등장하는데 이는 바로 슬랩스틱이다.


    영화는 인물들의 엄청난 양의 대사와 함께 끊임없는 슬랩스틱을 배치한다. 이는 몸싸움이라는 설정에서, 누군가가 벌이는 가무에서, 서로를 말리는 상황에서, 예고 없이 그리고 때로는 맥락 없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동시에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느닷없는 슬랩스틱에 꽤 공감이 간다는 점이다. 말꼬리를 물다가 일어나는 난투라든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벌이는 춤사위 등은 궁극적으로 그 누군가에게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는 ‘생활의 발견’이 아닐까.




    영화의 제목 ‘직사각형, 삼각형’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슬랩스틱과도 무관하지 않다. 법륜 스님의 설법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영화의 제목(그러므로 영화의 전제)은 같은 물체라도 앞에서 보면 직사각형, 옆에서 보면 삼각형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궁극적으로 삶과 일상은 관점과 시점에 따라 확연히 다른 것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이는 누구나 보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렇기에 누구나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다는 보편성 역시 의미하는 것이다.

    영화의 슬랩스틱은 그렇기에 유별나지만 보편적이다. 싸우고, 넘어지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것은 특별하지만 일상적인 일이다.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은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직사각형과 삼각형이 어떻게 같은 것들을 공유하는지 이야기하는 대화극이자 슬랩스틱 코미디다. 고통을 품고 있는 사람의 하루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수작 <병훈의 하루>에 이어 배우 이희준은 분명 또 하나의 튼실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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