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고령암인 전립선암은 통계 발표 이래 처음으로 남성 암 발생 1위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신규 암 환자 수는 2023년 28만8613명으로 전년보다 7296명(2.5%) 증가했다. 남자는 15만1126명, 여자는 13만7487명이었다. 암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10만1854명)과 비교하면 2.8배로 늘었다.
최근 신규 암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은 암 발생이 많은 고령 인구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난 효과를 빼고 산출한 연령표준화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22.9명으로 2022년 521.3명, 2021년 531.4명 등 최근 정체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65세 이상 고령암 환자 수는 14만5452명으로, 신규 암 환자 수의 절반 이상인 50.4%를 차지했다. 남성 고령암 환자는 9만62명, 여성은 5만5390명이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인구 구조 변화가 암 발생 통계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아졌다. 현재의 암 발생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했을 때 암을 경험할 확률은 남성 44.6%, 여성 38.2%로 추정됐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지난해 통계에서 5명 중 2명(37.7%) 수준이었던 암 발생 확률이 올해는 2명 중 1명(44.6%)꼴로 크게 뛰어올랐다. 여성 역시 지난해 34.8%에서 38.2%로 상승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암종별로 보면, 2023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으로, 전체 발생의 12.3%를 차지했다. 이어 폐암(11.4%), 대장암(11.3%), 유방암(10.3%), 위암(10.0%), 전립선암(7.8%), 간암(5.1%) 순이었다.
성별로 따져보면 남성에서는 전립선암이 처음으로 발생률 1위(15.0%)에 올라 폐암(14.5%)을 앞질렀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21.6%)이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갑상선암(19.0%)이 뒤를 이었다.
암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3.7%로 약 20년 전(2001~2005년, 54.2%)보다 크게 향상됐다. 5년 상대생존율은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한다.
특히 여성의 생존율(79.4%)이 남성(68.2%)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과 유방암이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생존율 향상에도 불구하고, 암의 발견 시점은 여전히 생존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2.7%로 매우 높았다. 반면, 암세포가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퍼진 ‘원격전이’ 상태에서 발견될 경우 생존율은 27.8%로 낮았다. 조기 진단 여부에 따라 생존 확률이 3배 이상 벌어지는 만큼,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대목이다.
국가별로 제각각인 인구 구조를 동일한 잣대로 맞춘 ‘세계표준인구’ 보정 결과, 우리나라는 위암과 대장암의 발생률이 주요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해 있었다. 구체적으로 위암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25.5명으로 일본(27.6명) 다음으로 높았다. 대장암 발생률 또한 10만명당 31.0명으로 일본(36.6명)에 이어 2위였다. 유방암 발생률은 10만명당 69.7명으로 미국(95.9명)이나 영국(94.0명) 등 서구권 국가보다는 낮지만, 일본(74.4명)과 유사한 수준인 6위를 기록했다.
다만 높은 암 발생률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64.3명으로 일본(78.6명), 미국(82.3명) 등 주요국 중 현저히 낮았다. 이는 조기 검진과 치료 접근성이 뒷받침된 국가암관리사업의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우리나라 암 유병자가 273만명에 이르고 고령암이 증가하면서, 암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라며, “국가암관리사업을 통해 암 예방과 치료는 물론 암 생존자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