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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안보 위한 '핵심 광물 재자원화'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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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안보 위한 '핵심 광물 재자원화'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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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이슈 브리핑




    1840년경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 성장에 필요한 여러 영양소 중 가장 부족한 요소가 전체 성장을 결정한다는 ‘최소량의 법칙’을 발표했다. 다른 영양소가 아무리 풍부해도 가장 적은 양의 특정 영양소가 식물의 전체 성장을 제한한다는 개념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가 주도하는 거대한 기술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첨단 산업은 철·구리 등 범용 금속도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그리고 텅스텐 같은 핵심 광물이 최근 국가안보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전체 부존량이나 절대적 필요량은 적지만, 첨단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고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술 패권 속 주목받는 핵심 광물

    최근 세계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자원을 무기화하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을 일방적으로 제한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핵심 광물 공급망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도 중국은 일본에 이중용도 물자를 수출 통제하면서 핵심 광물을 리스트에 올렸다. 이러한 자원 무기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재편 속에서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와 재자원화는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 로봇 그리고 방위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은 대한민국 산업생태계의 생존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과제가 되었다.



    사실 이러한 위기는 지역적 편재성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과거 선진국은 핵심 광물의 정련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오염과 규제를 피하기 위해 관련 공정을 특정 국가에 아웃소싱해왔다. 그 결과 공급망의 특정 국가 집중화와 독점적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중국은 현재 흑연 정제의 90% 이상, 희토류 정제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독점이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안보 위협으로 돌변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에너지, 방위산업 등 미래 핵심 산업이 특정 국가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일시에 멈출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가진다.

    우리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원안보특별법’을 비롯한 공급망 3법을 시행하며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책은 주로 해외 자원 확보와 국내 비축 확대에 집중되어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원 안보는 단기적 비축 및 수입선 다변화를 넘어 도시광산을 통한 재자원화 및 국내 생산 기반 확충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가능하다.


    특히 핵심 광물의 재자원화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10대 전략 핵심 광물의 재자원화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현재 국내 재자원화 기술 수준은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실정이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재자원화 생태계 구축은 지지부진하다. 핵심 광물은 철이나 알루미늄과 달리 취급량이 적고 고도의 정밀 기술이 필요하며 수율이 낮아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상업적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 광물 재자원화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

    기술적으로 상업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핵심 광물 재자원화 대상 물품을 수집, 분류, 운송하는 것도 큰 과제다. 기술 외적인 측면에서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갖춰져야 자원 안보를 위한 핵심 광물 재자원화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안정적인 사업자가 필요하다. 민간이 전담하기 어려운 유통, 정제, 분리, 비축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재자원화 전담 공기업’ 설립 같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재자원화에 성공해도 핵심 광물의 공급망 안정화를 향한 길은 멀고 험하다. 많은 기업이 공급선 다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해도 독점적 위치에 있는 특정 국가에서 수출 통제를 반복하면서 가격을 조절하면 힘들게 재자원화해도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포기하면 다시 공급 독점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렇다고 아무 데서나 저가로 핵심 광물을 도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책임 있는 광물(Responsible Minerals) 같은 규범이 존재하며, 우리나라는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없는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 이에 더해 반도체, 핵심 광물, AI 등 전략물자 우방 중심의 ‘신뢰 가치사슬’로 재편되고 있다. 따라서 적성 국가에서 생산된 핵심 광물 사용과 유통에 점점 더 제한이 가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맹국 중심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핵심 광물 은행’ 설립이 필요하다. 위의 재자원화 전담 공기업이 공급한 국산 핵심 광물과 인권 문제가 없는 수입 핵심 광물을 항온·항습 환경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은행을 설립하고,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비축된 핵심 광물을 판매하는 것이다. 무역 제한 등 공급망이 불안정할 때, 적시 납기가 가능한 물량이 있다면 시가보다 다소 비싸도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국내 생산 가능한 핵심 광물은 무엇이 있나

    재자원화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바로 국내 생산이다. 국내에서 현재 생산 가능한 핵심 광물은 텅스텐이 있으며, 몰리브덴·티타늄·리튬이 현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텅스텐은 최근 강원도 영월군의 상동광산이 재가동 준비에 들어가며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1960년대에는 국내 수출의 절반이 텅스텐이었다는데, 1990년대에 채산성이 없어 상업적 채굴이 중단되었다가 최근 캐나다 기업 알몬티대한중석이 다시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환경, 노동, 인권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동광산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과거처럼 원광만 수출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단순 채굴을 넘어 텅스텐 파우더, 탄화텅스텐 등 고부가가치 소재와 반제품까지 생산하는 가치사슬을 통합한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데이터와 IoT를 기반으로 한 계획 채굴, 환경오염과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마이닝’ 기술 도입이 필수다. 여기에 전문 인력 육성까지 포함한 탄탄하고 지속가능한 국내 핵심 광물의 생산 기반이 있어야 공급망 안정화와 자원안보도 확보할 수 있다.

    핵심 광물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202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공급선 다변화와 비축은 단기적 수단이고, 우리나라가 핵심 광물 시장에서 진정한 협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국내 생산 기반과 재자원화 역량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식물의 성장을 결정하듯,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 여부가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이제는 결핍을 메우는 단기 처방을 넘어 자립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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