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아이를 둔 김모씨는 이달 초 졸업식을 계기로 3대가 함께하는 가족 모임을 했다. 워킹맘인 김씨를 대신해 평일 낮 아이를 돌봐준 친정 부모님까지 행사에 참석하며 3대가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김씨는 “조부모까지 졸업식에 참석하면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학교에 가보니 3대가 함께 온 가족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를 뜻하는 ‘학조부모’가 늘면서 초교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 함께하는 모습이 흔해졌다. 조부모의 돌봄 역할이 커진 데다 손자녀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 만큼 졸업식 같은 주요 행사에 참석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올해 초교를 졸업한 자녀를 둔 정모씨(38)는 “맞벌이다 보니 아이가 하교하면 친정 부모님이 저녁을 챙겨 먹인 뒤 학원까지 보냈다”며 “졸업식에는 조부모도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조부모를 ‘실질 양육자’로 보고 학교 프로그램 참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경기 안산중앙초는 지난해 가족 체육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에서 참여 대상을 부모와 자녀로 한정하지 않고 조부모도 함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성남 제일초도 교내 행사 참가 가족을 모집하면서 조부모부터 손자녀까지 3대가 함께하는 가족을 우선 선발했다.
조부모의 역할이 커지면서 양육 방식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갈등의 상당수는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부모들이 갈등을 겪는 이유로 ‘서로 생각하는 양육 방식이 달라서’(67.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서로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서’(13.8%)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가 달라서’(7.7%) ‘돌봄 시간대에 대한 요구가 달라서’(6.2%) 순이었다.
교육당국은 이런 사회 현상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19년부터 매년 ‘학조부모 교육, 손자녀와 소통 레시피’ 프로그램을 서울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현대적 양육 방식과 손자녀와의 소통법은 물론, 부모 세대인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세대별 성장 배경과 양육 환경이 달라 조부모와 부모의 관점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기본 원칙과 역할을 정해 꾸준히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