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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토종 AI 발목 잡는 '저작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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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토종 AI 발목 잡는 '저작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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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AI) 인프라정책국이 발칵 뒤집혔다. 김종락 서강대 수학과 교수가 작성한 ‘국가대표 AI 정예팀’ 5개 컨소시엄의 수학 시험 평가 결과 때문이었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2’가 58점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20점대에 그쳤다. 제미나이, 챗GPT, 그록 등 해외 모델들의 최저점인 78점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운 성적표였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키워 보겠다며 수천억원 예산을 쏟아붓고, 대대적으로 ‘국대 AI’ 선발전을 벌이던 과기정통부로선 충격에 가까운 결과였다. 논란이 커지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원인은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이라는 설명이었다. “(한국 저작권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해외 모델들은 문서·영상·이미지까지 폭넓게 학습할 수 있지만, 국내 모델들은 제한된 데이터만 쓸 수 있습니다. 수험생이 인터넷 강의나 문제집 없이 교과서만 보고 수능을 치른 것과 비슷합니다.”


    이 해명의 뒤편에는 과기정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개월째 벌이고 있는 저작권 전쟁이 숨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영상·이미지·음성 데이터 활용 여부다. 문체부는 저작물에 대한 AI 학습 접근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다. 창작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없이 AI는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 과기정통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AI 액션플랜)을 발표하면서 “AI 학습 목적의 저작물 이용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을 2분기 내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체부와 창작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사실상 무제한 학습 허용”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 싸움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토종 AI 성능 문제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한국 사회가 과연 인공지능 전환(AX)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구조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국가대표 AI 모델을 뽑고,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핵심인 데이터 문제를 두고 부처 간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에서 AX를 시행하는 데도 노조, 법무, IT, 현업 부서를 조율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AI를 빨리 생산 현장에 도입하고, AI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법안을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과업이다. 하지만 이를 ‘속도전’으로 해결하려 해선 곤란하다. 수능 수학 시험지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국대 AI’의 성적표는 어쩌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조정 능력에 대한 성적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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