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K-택소노미 해설
지난해 12월말 개정된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중심으로 경제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ICT 활동 분리, 혁신 품목 기준 정비, 인정 기준 및 공통 배제 기준 보완을 통해 적용성과 명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현지 법인 활동에 대한 적합성 판단 과정에서 발생했던 해석상 불확실성을 완화했다. 이는 K-택소노미가 단순한 분류 기준을 넘어 기업이 자사 사업과 환경경영 활동을 점검하고 금융과의 연계를 검토할 수 있는 판단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택소노미 무엇이 바뀌었나
K-택소노미는 수립 이후 국내외 기술 발전과 시장 동향을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정되어왔다. 2025년 12월 31일 발표된 최신 가이드라인에서는 직전 개정에서 상대적으로 다루지 않던 기후 관련 환경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중심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경제활동의 신규 도입과 기존 활동의 세분화 결과, K-택소노미 경제활동의 개수는 기존 84개에서 100개로 확대되었다.
기존 K-택소노미에서는 ICT 관련 활동이 환경 목표별로 분산되어 존재했다. 특히 4대 환경 목표와 관련된 ICT 활동은 별도 경제활동이 아닌 ‘연구·개발·실증’의 인정 기준에 예시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이는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제공했지만, 판단 기준이 불명확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6대 환경 목표 전반에 적용되는 ICT 활동을 ‘공통’에 신설했다. 아울러 해당 ICT 활동이 녹색 부문 경제활동과 실질적으로 연관되도록 요구하는 인정 기준을 제시,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을 명확화했다.
더불어 혁신 품목에 대해서도 기준 정비가 이루어졌다. K-택소노미는 6대 환경 목표와 연관성이 있는 혁신 품목을 경제활동에 포함해왔으며, 이는 녹색금융과의 연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에 따르면 ‘혁신 품목 제조’ 또는 ‘혁신 품목 소재·부품·장비 제조’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운전자금이 녹색여신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즉 혁신 품목 범위와 기준은 기업의 녹색금융 접근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개정에서는 혁신 품목 목록을 조정하는 한편, 기존에 일부 혁신 품목에 한해 제시되어 있던 비고를 보완해 혁신 품목별로 충족해야 할 조건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는 혁신 품목에 해당하기만 하면 별도 조건 없이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경제활동과 혁신 품목 간 기준 적용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탄소중립 100대 핵심 기술 반영과 다배출 업종 범위 확대
온실가스 감축 환경 목표 개정은 이번 K-택소노미 개정의 핵심적 변화 중 하나다. 기존 K-택소노미가 재생에너지, 수소, 전기화 등 12개 기술을 온실가스 감축 핵심 기술로 규정한 것과 달리 이번 개정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탄소중립 100대 핵심 기술’을 반영해 범부처 탄소중립 기술 정책과의 정합성을 높였다.
또 기존 철강, 시멘트, 유기화학물질 산업으로 한정되던 다배출 업종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새롭게 포함되었다. 두 산업은 국가전략산업이자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으로, 이들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K-택소노미를 통해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와 함께 ‘청정 메탄올 제조’, ‘히트펌프 구축·운영’, ‘재생에너지 특화 지역 개발·운영’ 등의 경제활동이 신설되었다. 이는 관련 기술이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및 시장 확산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로, K-택소노미가 기술 발전 수준과 시장 성숙도에 맞춰 경제활동 범위를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인정 기준 역시 전반적으로 보완되었다. ‘저탄소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등 건설 분야의 경제활동에는 국제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LEED를 인정 기준으로 추가했다. 또 ‘수소 제조’의 경우 청정 수소 인증제를 인정 기준으로 추가해 판단 기준을 보다 표준화된 형태로 정비했다.
적응 부문, 국가 적응 대책에 따른 활동 재배열
‘기후변화 적응’ 환경 목표 역시 이번 개정을 통해 경제활동이 확대되었다.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기후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후 보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기후 보험 관련 경제활동이 신설되었다. 아울러 기존 정의로운 전환이 기후변화로 인한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해당 산업 종사자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개정에서는 노인, 아동 등 기후 위기 취약계층 보호 활동이 포함됐다.
‘기후변화 적응’ 관련 경제활동은 기존 활동을 ‘제4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대책’의 정책 체계에 맞춰 재분류한 것이다. 기존 활동을 기후 위험의 감시·진단, 예측, 예방·대비 등 국가 적응 대책 단계에 따라 세분화하거나 유사한 활동을 통합하여 국가 적응 정책과 K-택소노미 간 연계를 강화했다.
전환 부문의 ‘중소기업 사업장 온실가스 감축’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량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녹색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설비 구축·운영’과 달리 중소기업이 특정 설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다만 기존에는 온실가스 감축 설비 목록에 대한 구체적 예시가 부족해 해석상 불확실성이 있었으나, 이번 개정에서 설비별 예시를 제시해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
공통 배제 기준 역시 적용 방식이 구체화되었다. 국외 활동에 대한 적용 방법론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관련 공통 배제 기준에서는 중소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배출계수 활용이나 감축 계획 제시 등 다양한 온실가스배출량 산정 방식을 허용함으로써 기준의 적용 가능성을 제고했다.
K-택소노미 활용을 위한 첫걸음
K-택소노미를 처음 접하는 기업은 자사의 활동이 녹색경제 활동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녹색경제 활동이라 하면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같은 무탄소 산업만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K-택소노미는 이러한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첨단기술을 포함하는 혁신 품목은 물론 물, 순환경제 등 전통적 환경 분야까지 포괄한다. 이로 인해 K-택소노미에서 ‘녹색’으로 통상 인식되는 범위보다 훨씬 넓은 대상에 적용될 수 있다.
K-택소노미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때는 우선 기업의 주요 사업이 녹색경제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요 사업이 K-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사업 수행 과정에서 수반되는 폐수 처리, 폐기물 재활용, 대기오염 방지 같은 환경경영 활동 역시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처럼 상당수 기업은 이미 K-택소노미 경제활동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온실가스 감축 관련 경제활동뿐 아니라 혁신 품목과 4대 환경 목표 경제활동 전반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K-택소노미 활용을 위한 현실적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유진 BNZ파트너스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