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택소노미·녹색금융 동향

지속가능금융 및 투자는 기후와 녹색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트럼프 등장 등 ESG 역풍(backlash)으로 주춤한 모습도 보인다. 그럼에도 가야 하는 길인 지속가능금융과 투자 동향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지속가능금융과 투자 현상, 미래 전망을 살펴보고 ESG 투자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공공의 역할에서 시장 조성의 제도적 기반이 되는 녹색분류체계의 최근 동향을 조망한다.
전통적 경제에서 녹색경제로 이행하기 위해 그동안 인류가 노력을 기울인 소위 녹색 활동 위주의 금융시장이 확장성 한계를 보이면서 비록 녹색 활동은 아니지만 녹색 전환에 기여하는 활동, 즉 전환 활동에 대한 금융지원인 전환금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각국의 그린 택소노미 체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 활동이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빠른 시일 내 에너지 전환을 이루겠다는 국제사회의 희망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하는 전통적 방식의 투자도 전환 활동으로 정의해 제도적 금융 지원을 받도록 하는 일종의 타협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펀드 자산 3조 달러...지속 성장 중
2024년과 2025년 대내외적 ESG 투자 분위기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지속가능 펀드의 자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미국과 기타 지역에서는 시장 규모가 유지되는 상황이나 유럽은 소폭이나마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며, 압도적 시장의 리더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지속가능 펀드 총자산은 약 3.7조 달러에 달하는데, 순유입은 미미했지만 주로 주식 및 채권시장의 자산가치 상승 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동시에 최근 몇 년간 주춤했던 GSS 채권 시장도 꾸준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녹색채권 시장이 다시 주도적 지위를 찾게 되고 지속가능성연계채권도 전환금융 수단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지속가능채권 및 대출 시장은 2021년 폭발적 성장 이후 금리인상과 그린워싱 우려 등으로 일시적 침체를 겪었지만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4년 이후 소폭이나마 성장하고 있다. 2025년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채권은 전년 대비 성장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사회적 채권이나 지속가능연계채권 및 대출은 감소했다. 전환채권(transition debts)은 2024년 일본 시장에서의 급증 이후 둔화되고 있으나 호주, 태국, 인도 등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전환분류체계 도입으로 향후 확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ESG 채권시장은 사회적 채권이 주류를 이루며, 녹색채권의 경우 2021년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발행이 급증했으나 전반적으로 녹색채권 시장은 위축되어왔다. 하지만 2026년부터 정부의 강화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그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과 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2026년부터 5년간 연 30조 원이 투자되는 국민성장펀드 투자 대상에 재생에너지 발전이 포함되는 등 정부 지원의 강화로 녹색채권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강화된 NDC(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 달성을 위해 기후금융 공급을 연 80조 원으로 확대하고 한국형 전환금융 정착을 통해 철강 등 고탄소 산업의 탄소감축도 지원하기로 해 녹색채권을 비롯한 지속가능금융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사회적 채권이 상대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데 이는 공공기관,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채권 발행이 큰 금액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K-택소노미가 EU와 다른 점은
정부의 금융 지원이 지속가능금융시장의 양적 성장을 촉진한다면 정교한 녹색분류체계의 도입은 질적 발전을 돕는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원칙 및 기준과 함께 녹색투자 활동을 정의함으로써 그린워싱의 여지를 감소시켜 녹색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21년 K-택소노미를 제정한 이후 세 차례 개정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새로운 개정안이 적용된다. 여기에는 녹색과 전환 2개 부문 총 100개의 경제활동이 세부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전보다 광범위한 활동을 포함하고 세분화된 활동 리스트를 제시해 녹색금융 시장의 질적 고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택소노미는 2020년 선도적으로 택소노미를 제정 발표한 EU의 분류 체계와 유사하지만 접근 원칙과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며, 전환 활동에 대한 체계가 다르다. 구체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 EU 분류체계에 비해 한국의 분류체계는 자발적 가이드라인으로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2022)과 녹색여신 관리지침(2024) 등 금융 실무지침과 연계되며, 해당 제도하에서 ‘녹색’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K-택소노미의 정합성 판단이 사실상 요구된다. 녹색채권 발행 시 충족시켜야 할 6개 환경 목표를 제시하거나 다른 환경 목표를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DNSH(DO No Significant Harm)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양자가 동일하다.
다만 전환 활동의 제시 방식이 다른데, K-택소노미는 녹색과 전환을 구분해 제시해왔고, EU는 규정상 전환·촉진 활동을 정의하되 목록을 별도 대분류로 제시하는 방식은 아니다. 또 활동의 범주와 구체성에서 K-택소노미는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두고 100개의 구체적 녹색과 전환 활동을 제시하는 반면, EU 택소노미는 6개 목표 전반에 대해 구체적이고 엄격한 기술적 스크리닝 기준 및 임계치(threshold)와 함께 광범위한 활동 범주를 제시한다.

국가별로 녹색분류체계 운영...상호운용성 제고 추진
많은 국가가 나름대로 녹색분류체계를 갖고 있거나 준비 중인데, 최근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제고하기 위한 공통 기반 분류체계(Common Ground Taxonomy, CGT) 개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공통 기반 분류체계는 EU가 중국 등 다른 국가와 공동으로 투자자에게 보다 명확하고 상호운용성 있는 분류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국제지속가능금융 플랫폼(IPSF)에서 개발한 개념이다. 2019년 EU는 중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와 공동으로 CGT를 개발할 목적으로 IPSF를 출범시켰고, 각국의 분류체계를 비교·분석하고 공동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중국, 인도, 영국, 캐나다, 일본, 아르헨티나 등 국가들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싱가포르도 가입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2025년부터 적용되는 통일된 분류체계를 갖고 있는데, 이전에는 중국인민은행이 2015년 발표한 녹색채권 카탈로그와 녹색대출 카탈로그 등 파편화된 형태로 존재하던 분류 기준을 통일된 형태로 만든 것이다. 강제 기준은 아니지만 녹색채권 발행 시에는 신뢰성 확보와 자금 사용 용도를 확실히 하기 위해 반드시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특징으로는 녹색 통상(green trade), 녹색 소비 같은 범주도 포함되며, 주요 산업의 녹색 및 저탄소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특징은 녹색과 갈색의 이분법을 기본으로 채택한 EU나 한국과 달리 모든 활동을 3가지 색상(녹색, 황색, 적색)으로 구분한 신호등 체계(traffic light system)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천연가스는 특정 상황에 따라 일몰 조건과 함께 황색(전환 활동) 또는 적색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공통 기반 분류체계를 위한 IPSF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자체적 분류체계의 확장성을 고려해 싱가포르·아시아 지속가능금융 택소노미(SAT)로 명명하고 있다. 특히 물관리를 순환경제 목표에 포함한 5개 환경목표를 제시하면서 기후변화 감축목표에 초점을 두고 에너지, 교통, 건물 등 8개 핵심 산업 부문에 대해 구체적 녹색 및 황색(전환) 감축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SAT는 최초로 전환 부문을 포함한 다산업(multi-sector) 녹색분류체계라 할 수 있다.
녹색채권 중심으로 GSS 금융 성장 기대
지금까지 녹색금융 글로벌 시장 동향과 녹색분류체계를 국가 간 비교·분석했다. 국내외 녹색금융 시장은 2021년을 정점으로 작년까지 위축된 양상을 보였고, 지속가능투자와 금융 모두 미미한 성장 또는 정체를 보였다. 하지만 2026년부터 미국의 중간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미국 내 정치 상황과 국제 경제 및 무역 질서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직접 규제와 공시 규제가 정착되어 지속가능금융 투자 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제도적 정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지속가능금융과 ESG 투자는 다시 성장에 시동을 걸 것이며, 특히 전환금융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국내에서는 현 정권의 강화된 국가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후금융 확대와 국민성장펀드 추진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생산해 녹색채권 시장 중심으로 GSS 금융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전환금융의 논의와 정책 지원이 확산될 것이며, 특히 제조업 중심의 다배출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탄소배출 감축이 산업경쟁력 향상의 핵심 수단이 되므로 전환금융 정책 수단을 통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선진국의 강력한 기후 규제 대상 산업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산업별로도 저탄소 전환에 가장 적합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닌 산업을 중심으로 다른 제도적 수단과의 통합을 통해 정부-민간 협력의 최적실무(best practice)를 만들어야 한다.
김종대 인하대 명예교수, SDG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