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창사 20년 만에 자체 사업장 확보를 위한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호텔 건물을 빌려 쓰는 현재의 임차 영업 방식으론 다른 카지노와의 경쟁에서 밀려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막대한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만성적인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다만 서울 도심에 대형 리조트를 짓기 위해선 수 천 억원대 재원 마련과 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장 3곳 모두 임차 형태
19일 카지노 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GKL은 지난 14일 열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2차 업무보고에서 중장기 핵심 과제로 자체 사업장 확보를 제시했다. 윤두현 GKL 사장은 이 자리에서 “외국인 카지노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으로 바뀐 상황에서 임차 사업장의 한계로 고객이 원하는 시설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족과 함께 온 고객들은 수영장, 쇼핑, K의료 등을 원하는데 현재 시설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도심형 복합 관광의 플래그십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체 사업장 마련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GKL은 현재 서울 강남과 서울 용산, 부산 등 세 곳에서 카지노 영업장을 운영 중이다. 모두 호텔 건물의 일부를 빌려 쓰는 임차 형태다. 경쟁사인 파라다이스나 인스파이어가 호텔과 리조트, 수영장, 아레나(공연장) 등의 시설을 자체 보유하고 카지노 고객을 끌어 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 탓에 GKL은 고객 유치나 실적 면에서 이들 경쟁사에 뒤쳐지고 있다.

예컨대 국내 최대 카지노 그룹 파라다이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약 1조1500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산(컨센서스)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2024년 매출 1조721억원, 영업이익 1361억원을 크게 뛰어 넘는 수치다. 롯데관광개발 또한 지난해 약 1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0% 넘게 폭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GKL은 지난해 매출이 약 7%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장기적으론 해외 카지노와의 경쟁에서도 밀릴 처지다. 2030년에 오사카에 카지노를 포함한 초대형 복합리조트(IR)가 일본에서 처음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MGM리조트와 일본 오릭스가 약 10조원을 투입해 짓는 이 리조트는 간사이 공항에서 30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와 국제회의장,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GKL의 주력 고객인 일본 VIP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단순한 카지노 시설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나오는 이유다.
연간 임차료만 300억…1년 영업익 수준
재무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자체 사업장 확보는 필수 과제로 꼽힌다.GKL은 매년 매출의 일정 비율을 건물주에게 임차료로 지급하고 있다. GKL이 연간 지출하는 임차료는 약 300억~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이는 GKL이 작년 거둔 영업이익 추산액(약 590억원)의 60~8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자체 건물을 보유할 경우 이 비용을 영업이익으로 전환하거나 시설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조직 관리 차원에서도 절실하다. GKL의 임직원 수는 2020년 1831명에서 2024년 1780명으로 감소했다. 2005년 설립후 20년 간 사업장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심각한 인사 적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체 리조트를 건설하게 되면 호텔 운영, 매장 관리, 시설 안전 등 비(非)카지노 분야에서 대규모 신규 직무와 일자리가 생겨 인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윤 사장은 업무보고에서 “직원들의 청렴도 조사 결과가 낮은 원인 중 하나가 인사 적체에 따른 불만”이라며 “양적 성장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도 했다.
관건은 막대한 투자비 조달과 정부의 허가다. 서울 도심에 5성급 호텔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짓거나 매입하려면 토지비를 포함, 1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서울 장충동에 건설 중인 신규 호텔에 건축비로만 5000억원 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GKL은 작년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3800억원에 이르는 등 4000억원 이상의 가용 자원이 있고, 외부 차입여력도 상당해 투자비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카지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또한 형성돼 문체부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승인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