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5년, 10년을 넘어 30년이 지난 시점에 인공지능(AI) 혁명이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시간 제약’이 있다는 문제가 있죠.”
독립 싱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이끄는 김광수 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한 규모가 2025년 말 20조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5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이것이 빅테크 기업이 AI에 투자하는 자금의 재원이 됐다. 문제는 이런 투자 자금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장담할 수 없다. 돈줄이 끊기는 순간 주가는 폭락하고, AI 거품도 꺼진다”고 말했다.

AI 주가 거품에 관한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AI 거품론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존재하죠. 우선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전체 실물 경제 대비 AI 관련주의 주가가 과거 2000년대 닷컴 버블에 준할 정도로 폭등했다는 시각입니다. 주가가 이렇게 크게 오른 결정적인 원인이 AI 투자 폭증 때문이라는 이야기죠. 반면에 AI 거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AI 혁명은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단계라고 말합니다. 닷컴 버블은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생긴 거품이었지만 AI 혁명은 대부분 빅테크들이 주도하고 있고 나름대로 수익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AI 혁명이 세계 경제와 인류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생각해볼 때, AI를 거품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라는 주장입니다.”
거품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I 기술 혁신의 경이로움에 사로잡혀서 ‘지금은 거품이라고 할 수가 없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데요. 물론 그 사실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점은 공급 측면에서만 이야기를 한다는 겁니다. 경제 행위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가 동시에 작용해야 하거든요. 현재 AI 산업에서 공급과 수요가 때에 맞춰 균형 있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10년을 넘어 30년이 지난 시점에 AI 혁명이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라는 것은 언제나 시간 제약이 있죠. AI가 3~5년 안에 투자 대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는 거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1년 안에 100억 달러의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와 10년 안에 5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를 비교해봅시다. 수익의 규모는 500억 달러가 더 크지만, 일반적으로는 1년 안에 100억 달러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을 제때 얻지 못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이 망할 수도 있거든요. 차입을 해서 투자를 했다면 상환을 못해서 파산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런 관점에서 AI 투자가 생각보다 과잉이다,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 우려 속에서도 기업들이 AI에 사활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미·중 간의 패권전쟁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이 AI 시장을 먼저 장악해야 한다는 의중이 상당히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내 빅테크 기업 간에도 AI 시장 선점을 향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경쟁적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AI 기술 혁신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있습니다. GPU의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투자가 천문학적 규모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스마트 혁명과 비교해도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게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과잉 투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10~20년에 걸쳐 계속해서 AI 투자를 이어갈 만큼의 자본력과 투자 의지를 가졌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지금은 빅테크 기업의 투자를 떠받쳐 주는 자금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한 규모가 팬데믹 직전에 8조 달러 정도였습니다. 2025년 말에는 이 규모가 20조 달러를 넘어섰어요. 불과 5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예요. 이것이 빅테크 기업이 AI에 투자하는 자금의 재원이 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투자 자금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돈줄이 끊기는 순간 주가는 폭락하고, AI 거품도 꺼진다는 거죠.”

AI 거품이 터졌을 때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급락해서 돈이 빠져나오게 되면 막대한 투자 손실과 환손실이 일어납니다. 그 타격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전체로 확산된다는 거죠. 닷컴 버블의 경우 각 국가 내에서 버블이 발생했다면, AI 버블은 글로벌 자금줄과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우려됩니다.”
그 시기를 예측해볼 수는 없을까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거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하기까지 9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닷컴 버블 시기에는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거품이 터졌습니다. 통상적으로 시장에 거품이라는 말이 등장하면 주가가 잠깐 떨어졌다가 반등합니다. 반등한 주가를 보며 ‘거품이 아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그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요. 그러다 거품이 확 꺼지는 순간이 옵니다. AI 거품론은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조정됐다가 다시 반등하는 과정을 올 연말까지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AI 거품이 꺼지기 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점은 있습니다. 미국 경제입니다.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지면 AI 산업을 비롯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멈추거나 줄어듭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입니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를 하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돼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가 선거를 앞두고 극단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빅테크 기업과 달리 신생 AI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적자 구간을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한 가지 논란이 있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과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이 오픈AI, 앤스로픽 같은 스타트업을 착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만드느라 어마어마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는데, 정작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오픈AI가 받는 돈은 7분의 1도 안 된다는 거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스타트업을 착취해서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AI 스타트업들이 엔비디아와 빅테크의 사이에서 착취당하는 구조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면서도 자신들이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뜻도 밝혔죠. 오픈AI가 AI 생태계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도태될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금 AI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빅테크에 투자하는 것과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꼭 미국 빅테크만이 투자 대상이 돼야 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번에 CES에서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잖아요. 아직 양산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불완전한 기술을 선보인 것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기술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를 계기로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해 2~3년 정도 이들에게 투자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겁니다. AI 거품을 판단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점은 빅테크들일 수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꼭 그런 종목만을 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너무 고점일 수도 있고요. 과연 그렇게 비싼 주식을 사서 그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10~20년씩 기다리다 보면 10배 수익이 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길어봐야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바라보고 수익을 기대합니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유망한 스타트업을 가려내는 것이 더 큰 가능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AI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AI 주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AI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어 버리는 거죠. 과거 군사력으로 제국주의적인 패권을 행세했던 것처럼, AI가 세상을 더욱 강력하게 장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강의 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정치적 주권,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AI 투자의 문제를 떠나, 정책적인 차원에서 AI와 관련한 국제적 합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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