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메모리 3위 업체다.
러트닉 장관은 전날에도 CNBC 인터뷰에서 TSMC 등이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립 등을 전제로 대만이 반도체 관세를 일부 면제받은 걸 거론하며 “만약 그들(대만)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 상무부는 또 이날 ‘대만과 같은 면제 기준이 한국에도 적용되느냐’는 언론 질의에 “국가별로 별도 합의를 할 것”이라며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에 적용하는 반도체 관세 면제 기준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별도 협상을 통해 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美 "반도체 관세 국가별로 합의"…靑 "최혜국 대우 원칙따라 협상"
美, 삼성전자·하이닉스 겨냥…대만처럼 추가 투자 요구할 듯
美, 삼성전자·하이닉스 겨냥…대만처럼 추가 투자 요구할 듯
미국은 지난 14일 발표한 반도체 관세 포고문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AI) 반도체만 정조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주로 수출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당시 가까운 시일 내 반도체 관세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사진)이 1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밝히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
전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엔비디아와 AMD 칩에 대한 관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2단계 조치가 언제 어떤 형태로 확대돼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반도체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은 점을 부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는 18일 “‘불리하지 않은 대우’ 원칙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5일 대만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대만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2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만은 기업이 2500억달러를 직접투자하고 대만 정부는 2500억달러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2500억달러 직접투자에는 대만 TSMC의 미국 공장 건설 등이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동안에는 생산능력의 2.5배에 해당하는 반도체 수입분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고 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1.5배까지 관세를 내지 않고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을 향해서도 대미 투자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향후 무관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돼 10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마이크론 제품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은/김형규 기자 hazz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