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와 예술, 특히 조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지요. 여기에 산업을 접목해 두 분야가 함께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18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막 내린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 이색 전시관이 눈길을 끌었다. 돌, 나무, 청동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퍼터 20여 점과 골프를 주제로 한 조각 작품이 그린 위에 자리 잡았다. 맞은 편에는 한껏 신나는 표정의 골퍼가 올라탄 대형 리무진 카트가 눈길을 끌었다. 조각과 골프의 만남을 주제로 한 특별전 ‘아트 온 더 그린’을 기획한 부부 조각가 권치규와 김경민은 “골프와 조각은 손끝의 미세한 감각, 리듬을 다루는 점이 많이 닮았다”며 이번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 조각계를 대표하는 스타다. 김경민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조각 작품으로 ‘공공 설치미술의 여왕’으로 불린다.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듯 유쾌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를 화사한 색채로 구현한 그의 작품은 국내 유명 건물에서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골퍼들에게도 김경민의 작품은 익숙하다. 그의 조형물은 국내 20여 개 골프장 스타트하우스, 클럽하우스에 설치돼 있다. 골프의 즐거움을 표현한 ‘골프 연작’을 소장한 골프 애호가도 많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조각가들의 친선 골프대회에서 처음 구상했다고 한다.
“김 작가의 작품으로 스타트하우스와 코스 내 포토존, 티잉구역 표시까지 꾸민 인천 영종도 베르힐CC에서 처음으로 조각가들의 골프대회를 가졌어요. 김 작가의 협업에 자극받은 조각가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20여 명의 작가가 개성을 담은 퍼터를 내놨다. 헤드부터 그립까지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골드파이브의 퍼터 헤드에 자신의 개성을 더한 협업 제품도 나왔다. 골드파이브는 한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물로 사용돼 ‘트럼프 퍼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이자 이번 전시를 주도한 권치규는 청동으로 직접 주물한 원형 헤드의 퍼터를 내놨다. 헤드 안이 비어있어 퍼팅 때 맑은 소리가 난다. “퍼팅 때는 모두가 집중하잖아요. 맑은 소리로 골프가 정신적인 훈련까지 더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청동말 모양 헤드와 분홍색 권총 그립, 부지깽이 샤프트, 돌로 깎아낸 퍼터 등도 인기였다.
김경민은 대동모빌리티의 카트를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골프장에 갈 때마다 카트를 좀 더 재미있는 공간으로 풀어낼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라운드를 더욱 행복한 추억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예술은 산업과 함께해 더 크게 성장해야 한다”며 “이번 첫걸음을 시작으로 한국 조각과 골프가 함께 시너지를 빚어내는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