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일 방문한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 조선소. 3번 독(dock·선박건조장)에서 작업자 10여 명이 발주업체가 수리를 맡긴 선박의 묵은 때를 벗겨내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50m 떨어진 기자재 작업장은 영 딴판이었다. 신조(新造) 일감 자체가 끊기다 보니 관련 설비엔 먼지만 수북했다.
노후 선박 수리에 주로 활용되던 ECO 탬파 조선소가 HD현대와 손잡고 중대형 컨테이너선과 MR탱커(유조선) 등 새 배를 짓는 신조 조선소로 탈바꿈한다. ECO는 이를 위해 1000t 이상의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하고, 대형 독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CO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 6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 조선사는 아니다. 석유·가스 시추 현장 등에 자재와 연료 등을 실어 나르는 해양지원선(OSV) 선단을 운영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선박 정도만 직접 건조하는 수준이다. 탬파 조선소의 핵심 업무도 OSV 및 미 해군 선박 수리다.
전략을 바꾼 것은 지난해 HD현대를 파트너로 들이면서부터다. 컨테이너선과 MR탱커 명가인 HD현대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상선 수주에 나선 것. 성과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글로벌 톱5 해운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 6척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1번 선박은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이 없는 ECO 직원들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로 건너와 함께 건조한다. 이때 배운 노하우를 활용해 2~5번은 탬파 조선소에서 HD현대의 도움을 받아 공동 건조한다. 마지막 6번은 ECO가 독자적으로 짓는다.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건조 노하우 전수, 기자재 구매 대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물론 국내 하청업체들도 낙수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미국 조선 인프라가 붕괴한 만큼 국내에서 만든 엔진과 블록, 기자재 등이 대거 미국행 선박에 실리기 때문이다. ECO 관계자는 “한국에서 만든 블록이나 기자재에 15% 관세를 더해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다음 타깃은 MR탱커다. ECO는 HD현대와 함께 MR탱커를 현지에서 건조한 뒤 직접 운영도 맡을 계획이다. 두 회사는 명실상부한 신조 조선소로 거듭나기 위해 설비 확장뿐 아니라 새로운 조선소를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골리앗 크레인과 용접 로봇 등도 HD현대의 도움을 받아 설치한다.
탬파=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