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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젠성 출신의 28세 회계사 셰러우메이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친구들도 모두 한국 화장품을 선호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취향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한국 화장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 화장품은 K팝과 K드라마 그리고 이른바 '유리알 피부' 트렌드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몇년간 기록적인 성장을 이어온 한국 화장품에 중국 화장품이 도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뷰티로 불리는 중국 화장품이 강력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중국 화장품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 영향력 확대…해외로도 눈 돌려
지난해 1~11월 중국의 화장품 수출은 39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화장품 수출은 103억달러로 11.8% 늘었다.여전히 한국이 중국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중국의 화장품 수출은 연평균 18% 증가했다.
중국 시장 내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수입은 같은 기간 116억3000만달러로 3.4% 감소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가 자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절대 규모와 잠재 소비자 측면에서 중국 화장품 시장은 경쟁력이 있다"며 "특히 거대한 내수 시장은 다른 국가가 갖기 어려운 구조적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화장품은 궈차오(애국 소비)에서 출발했다. 자국 문화와 미적 감각을 반영한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애국적 소비 흐름 속에서 토종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토종 기업의 점유율은 55.7%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이 부동산 둔화로 인해 수년째 내수 침체에 허덕이면서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전략을 바꿨다.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것이다.
화려한 공주풍 디자인으로 유명한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가 지난해 서울에 첫 팝업 스토어를 열고 공식 온라인몰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K뷰티의 축적된 제품 신뢰는 '장벽'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한국이 강점인 스킨케어보다 색조 화장품 부문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이유에서다.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중국산 색조 제품을 구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킨케어는 가격대가 높은 데다 장기 효과가 검증이 안돼 신규 소비자를 유입하는 게 쉽지 않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 토종 브랜드가 색조 부문에선 성공하고 있지만 고가의 스킨케어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의 화장품 가격대가 비슷해졌고, 한국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장기간 축적된 신뢰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과감한 마케팅과 화려한 패키지로 승부를 걸고 있다.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을 통해 중국 특유의 인형 같은 메이크업 스타일을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다.
동남아시아에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중국 토종 브랜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최근 5년간 100%를 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중국 브랜드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K팝 등의 문화적 매개체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인기 드라마 배우들이 중국 화장을 앞장서서 알린다면 상업적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