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계약 종료 후 잠시 인수인계를 도왔더라도, 상시 출근하는 정도가 아니었다면 이를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종속적 근로’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6-1형사부는 최근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기소된 A사장에 대한 공판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로 판결했다.
○인수인계 도와주더니..."퇴직금 달라" 고소
D씨는 A씨가 운영하는 여주시의 한 건설사 현장소장으로 2021년 4월 1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1년간 근로계약을 맺었다. 월급 583만원에 기타 수당은 없는 '포괄임금'제였다. 하지만 1년을 채우기 전인 2021년 12월 D씨의 배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는 D씨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응한 D씨는 후임소장까지 회사에 소개하고 원래 퇴직일 30일 전인 2022년 3월 1일자로 공사현장 현장 대리인 지위를 후임자에게 넘겨줬다. 이후 D는 회사측이 D씨가 관여한 현장 자료에 관해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하는 경우 4월 28일까지 몇 차례 답변을 해줬고 2022년 3월 노동청에서 문제가 생기자 회사측 출석에 동행하기도했다. 다만 공사현장 또는 회사에 지속적으로 출근하거나 근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후 D씨가 회사 측에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 D씨는 "3월 말을 넘어서 인수인계를 돕고 노동청 출석도 동행했으므로 1년 근무를 채운 것"이라며 "3월분 임금과 1년치 퇴직금, 연차휴가 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계약은 3월 1일자로 종료됐으므로 근속 기간이 1년을 채우지 못한 D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D씨가 임금, 퇴직금, 연차휴가미사용 수당 등 1400만원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A대표를 신고한 것.
○"지휘·감독 없는 인수인계는 근로 아냐"
법원은 "실질적인 근로관계는 2022년 3월 1일경 종료됐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D씨가 며칠간 인수인계를 해주고 노동청에 출석한 적은 있으나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거나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업무를 처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회사는 3월 1일 D의 소개로 새 현장소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이후 D가 출근하지 않은 점에 비춰 보면 후임 현장소장 채용을 계기로 (3월 1일) D와의 계약은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했으므로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D씨는 회사 측이 2022년 5월경 D씨에게 "2022년 3월 31일자로 사직서를 보내 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한 점을 공략했지만, 재판부는 "D씨의 요청에 따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채울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D의 주장도 일축했다. D씨의 근로계약은 연차휴가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제이므로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회사는 D의 출·퇴근을 기록하거나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실근무일수를 파악할 자료도 없어서 D가 연차휴가를 사용했는지 여부도 알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로계약서에서 월급 583만원에 '제수당 없음'이라고 약정한 것은 법정수당이 포함된 급여를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약정을 한 것이고 D에게 불리한 내용도 아니었다"며 "회사 입장에선 연차미사용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판시하고 A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로계약 종료 후 호의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인수인계나 단순 조력을 근로연장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인수인계 과정에서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정기적으로 출근한 경우엔 근로로 인정될 여지는 충분히 있으므로 퇴사자와의 사전 조율을 미리 해놓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법원이 사업주 입장에서 법적으로 혼선이 있거나 다툴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형사처벌까지는 가급적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