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국내 변압기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 화성에 있는 강소기업 동미전기공업은 몸값 5000억원 수준에서 경영권 매각이 논의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과거 3년간 10억원 수준에서 2024년 한 해 400억원가량으로 급증했다.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이 분야 ‘히든 챔피언’을 물색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미전기공업은 삼일PwC를 통해 경영권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한상욱 대표 지분(의결권 기준) 57.24%와 박영두 부사장 지분 7.56% 등 경영권 지분이다. 한 PEF 운용사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출자자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몸값은 5000억원까지 거론된다.1972년 설립된 60명 인력 규모의 이 회사는 54년간 변압기 생산 외길만 걸어온 강소기업이다. 화성에서 모터 수리 일을 해온 형제인 고(故) 한두성, 한두석 전 공동대표가 ‘동미기업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주로 주상 변압기와 지상 설치형 변압기를 비롯해 76만V 이하 중·고압 변압기를 생산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전력과 코레일, 포스코, SK하이닉스 등에 변압기를 납품하며 규모를 키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수주가 급감하며 위기를 맞자 창업자인 한두석 전 대표의 아들인 한상욱 대표 주도 아래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과 필리핀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과테말라 등에서 변압기 납품 수주 계약을 따냈다. 품질은 물론 납기일을 정확히 맞춘다는 신뢰가 해외 바이어 사이에서 쌓이며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회사가 본격적인 ‘퀀텀점프’에 들어간 것은 2024년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미국 내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가 맞물려 변압기산업 호황이 시작되면서다. 위스콘신 등 미국 4개 주 전력청과 공급계약을 맺은 이 회사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 수출이 급격히 늘었다. 기업가치도 수직 상승했다. 2021년 144억원에 그친 매출은 2024년 1044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2021년 3억원에서 2024년 376억원으로 대폭 뛰었다.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도 400억~500억원으로 거론된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대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는 데 이어 오랜 업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에까지 변압기 주문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전용 변압기를 제조하는 IEN한창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21년 269억원에서 2024년 225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2억원에서 1530억원으로 급증했다. 칼라일 등 글로벌 PEF의 경영권 인수 제안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