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경수로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거론돼 온 여러 개념 중 최근 국제 원자력 업계가 주시하는 기술이 있다. 탈탄소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다. 경제성과 사고 시 자연 정지 특성,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가능성까지 갖췄다. 이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 있어 우리도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원전 위험성과 폐기물 원천 차단
21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TMSR은 소형모듈원전(SMR)과는 다른 형태다. TMSR은 석탄보다 더 값싼 자원인 토륨을 액체 원료로 소형화한 용융염 원자로로, 원전 위험성이나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없앴다. TMSR은 핵연료 교환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위험성 없이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 원자로 구조가 단순하고 구축 비용도 저렴해 발전 비용을 최소화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가 필요 없어 친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도 주목하고 있다.TMSR은 발전을 진행하는 과정 중 원전의 0.6%에 해당하는 방사성 물질만 배출한다. 또 사용후 핵연료의 83%는 10년 내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나머지 17%도 500년 이내 석탄 탄광 수준으로 낮아져 우라늄 기반 원전보다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1t의 토륨은 200t의 우라늄과 맞먹고, 석탄 350만t과 같은 양의 열을 낼 수 있을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 매장량은 우라늄보다 매장량이 3~4배 이상 많고 석탄보다 더 저렴하다. 세계 토륨 매장량은 최소 1만년 동안 지구에 에너지를 제공해 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세계 매장량(추정치)은 635만 5000t에 달한다. 건설비용은 우라늄 원자로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과학원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SINAP)는 최근 중국 간쑤성 고비사막에 건설한 2메가와트급(㎿)급 실험용 TMSR에 토륨을 집어넣어 우라늄 원자력 연료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토륨을 용융염로에 투입해 데이터를 얻은 사례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1960년대 시도했던 용융염 원자로(MSR) 실험 이후 수십 년만에 거둔 성과다.
중국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TMSR에 장기적으로 투자했다. 중국과학원은 2011년부터 TMSR를 ‘차세대 전략 원자로’로 지정하고 기초 물리, 재료 과학, 연료 주기, 규제 체계, 인력 양성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밀어붙였다. 서방 국가들이 여론과 규제에 막혀 개념 연구에 머무는 사이 중국은 실험로부터 출력 확대, 상용로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구축했다. 다이즈민 중국과학원 상하이 응용물리연구소장은 “중국의 토륨 매장량은 우라늄보다 훨씬 많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국가 에너지 안보를 1000년 이상 보장할 수 있다”며 “핵심 장비는 100% 국산화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35년께 100㎿급 시범 원자로를 건설해 전력망 송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네덜란드도 TMSR 강국
중국 다음으로는 네덜란드의 추격이 거세다. 네덜란드는 실험로를 먼저 돌리는 대신 상용화의 병목 기술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네덜란드 원자력 스타트업 토리존은 연료 자체보다 구조재 수명, 유지보수, 염 누설 대응, 폐로 비용 등 전주기 시스템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토리존은 네덜란드의 테크 기업인 뎀콘, VDL 그룹과 함께 테스트 시설인 100㎿ 규모 ‘토리존 원’을 구축했다. TMSR는 네덜란드가 선호하는 ‘작고 단순한 원자로’ 정책과 부합한다. 대형 실험로를 키워가는 중국식 접근과 달리 네덜란드는 모듈형 설계와 연료·원자로 분리를 통해 운영 비용과 규제 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지향했다. 네덜란드에선 네덜란드 원자력연구원(NRG&PALLAS)과 TNO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키키 라우어스 토리존 최고경영자(CEO)는 “깨끗한 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TMSR는 낮밤, 날짜,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유연하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