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고용상황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와 30대 ‘쉬었음’ 인구가 71만7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대치일뿐 아니라, 70만명 선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쉬었음 인구는 실업자와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실업자는 비록 지금 당장은 일자리가 없지만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등 계속해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할 의사가 있기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반면 쉬었음은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일자리가 없다는 점에서는 실업자와 같지만 쉬었음 인구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도, 일할 의지도 없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시장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할 의사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제활동 자체에서 이탈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옆집 청년 취업준비가 힘들구나’ 수준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하루하루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생산가능인구, 즉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동시에 고령화로 인한 부양 부담은 늘어나게 됩니다. 한 명이라도 더 일해 생산량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판에, 청년들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30대 청년들이 10년 뒤 40대·50대가 되어 ‘경제 허리’로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할 때, 온전히 노동시장에 복귀해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쉬었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요? 이 역시 단순히 ‘요즘 취업이 힘들어요’ 수준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 이상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청년 쉬었음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것도 복수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첫째,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산업구조 대전환입니다. AI가 산업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미숙련 인력들이 하던 업무를 어느정도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프로’들의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까진 올라오지 못했지만, 자료찾기나 그간 히스토리 정리 등 미숙련 인력들도 할 수 있는 일들은 AI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미숙련 인력이 신입, 즉 청년들입니다. 대전환기 속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신입 대신 경력을, 정기채용 대신 수시채용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입에게 맡기던 일은 AI도 어느정도 할 수 있으니, 예전만큼 많은 신입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겁니다.
물론 신입은 단순 미숙련 인력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미래 회사를 이끌어갈 인력입니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이 2%에 못 미치는 지금 기업들은 당장 눈앞의 효율을 추구하고,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싶어합니다. 신입 채용을 최소화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구조적 문제가 나옵니다. 왜 기업들은 신입 채용을 일종의 ‘리스크’로 여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주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국은 해고, 임금, 정규직 보호 측면에서 경직성이 강한 나라로 분류되곤 합니다. 경영상 해고가 쉽지 않다보니 기업 입장에서 채용은 큰 비용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굳어져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래 다닐수록 연봉이 올라가는 구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해고에 대한 부담과 비용은 더 커지게 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연공서열 체계가 굳어져있으니, 일단 일자리를 잡아서 오래 머무르는 편이 낫습니다. 자연스레 이직 시장은 발달하기 어렵게 되고, 신입들의 진입 통로는 축소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물론 연공서열형 체계도 장점이 있는 제도입니다. 전문가들도 그걸 부인하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청년 고용의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는 제도입니다.
세 번째, 고질적인 ‘격차’ 문제입니다.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모두가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그 누구도 언뜻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입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 좋은 인프라, 좋은 기업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당연히 청년들도 그런 일자리를 갖기를 원하겠죠. 심지어 한번 들어가면 오래 다닐수록 연봉도 올라가니까요.
그리고 최대한 대기업에서, 가능하면 더 큰 기업에서 처음 일자리를 갖길 원할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이직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첫 일자리를 어디서 잡고 처음 3년간 연봉을 어떻게 받느냐가 나머지 30년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 한국 고용시장의 현실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돼있죠. 소수의 일자리에 청년들이 몰리고 있는데, 기업들은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으니까요.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습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움 없이는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청년들은 쉬었음으로 머물면서 수도권 일자리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자리는 제한돼있으니 스스로 준비에 준비를 더하면서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쌓게 되겠죠.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또다시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그들 사이의 격차가 또다시 벌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청년 고용 빙하기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가지 원인만 해결하면 풀리는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고질적인 문제들이 쌓이고 맞물려 벌어진 ‘회색 코뿔소’입니다. 범부처 차원에서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특단의 대책이 이런 구조적 문제들을 해소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