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10년의 절반 수준이 1심에서 인정됐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하고 국가 법질서 기능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7일 만에 나온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이다. ◇“죄질 나빠…변명 일관, 반성 없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일부 국무위원의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체포 방해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법질서를 존중할 의무를 저버린 채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이용해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갖는 막강한 영향력을 악용,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를 사실상 사병화한 것으로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하고 국가 법질서 기능을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구체적인 범행 내용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혐의에 대해서도 “헌법과 계엄법에서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특별히 명시한 것은 대통령의 국가 긴급권 오·남용을 막고 그 독단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며 “계엄 선포 여부를 결정할 땐 평시보다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전례 없이 자신이 특정한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국무회의 소집 사실을 통지해 개최함으로써 헌법·계엄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尹, 상기된 얼굴로 묵묵히 들어
이날 선고는 법원이 방송사의 중계 신청을 허가함에 따라 TV 등으로 생중계됐다. 재판에 나온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60분간 이뤄진 선고를 들었다. 그러다가 주문이 낭독되자 얼굴이 다소 상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퇴정하면서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굽혀 한 차례 인사하기도 했다.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유정화 변호사는 “재판부는 피고인 측 서증(서류 증거)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기회조차 주지 않아 방어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내란 우두머리 사건 선고일이 2월로 지정돼 있는데도 선고일을 앞당긴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2심은 오는 2월 23일부터 서울고등법원에서 가동될 내란전담재판부에서 맡게 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검찰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으로부터 총 7회 기소돼 각각 재판받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본류’라 할 수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는 다음달 19일 이뤄진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