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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CBAM, 탄소 부담 가중…저탄소 기술 투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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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CBAM, 탄소 부담 가중…저탄소 기술 투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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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ESG 투자 읽어주는 남자


    이제 탄소에도 관세가 부과된다. 2026년 1월 1일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2년간의 전환 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단순히 배출량을 보고하던 시대는 끝났다.


    기업들은 EU로 수출하는 제품에 포함된 탄소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실제로 구매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철강을 비롯해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기 등 6개 업종이 대상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이 대거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CBAM, 기업 간 탄소비용 격차 해소해야


    CBAM의 핵심은 EU 역내외 기업 간 탄소비용 격차를 해소하는 데 있다. EU는 이미 역내 기업에 탄소배출권거래제(EU ETS)를 통해 탄소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EU 밖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탄소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만든 제품이 EU 시장에 저렴하게 들어오면, EU 기업들은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이른바 ‘탄소누출(carbon leakage)’ 현상이다. CBAM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품에도 EU ETS 가격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EU ETS 가격이 톤당 70유로(약 10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일수록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철강 1톤당 약 1.52~2톤의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톤당 10만~1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범용 철강 시장에서는 이 정도 비용 차이는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근 글로벌 ESG 환경의 변화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8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탈퇴를 공식 통보하며 기후 정책을 전면 후퇴시켰다. EU도 2025년 12월 옴니버스 I 패키지를 통과시키며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적용 범위를 90% 축소하고,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대상도 대폭 완화했다. 블랙록, JP 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넷제로 이니셔티브에서 이탈하면서 이른바 ‘반(反)ESG’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EU로 수출하는 기업의 탄소비용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ESG 공시 규제는 완화됐지만, CBAM이라는 ‘실질적 탄소 관세’는 예정대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치적 수사와 실제 규제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ESG라는 용어를 쓰든 안 쓰든,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은 현실이 됐다. 투자자들은 이 ‘역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반ESG 분위기에 휩쓸려 탄소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실질적 비용 증가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국내 기업, 저탄소 기술 투자 시급

    한국 기업들이 CBAM 대응에 분주한 사이, 중국은 이미 한 발 앞섰다. 세계 최대 철강사 바오우강철은 2025년 12월 23일 광둥성 잔장에서 세계 최초의 100만 톤급 ‘근(近)제로 탄소’ 철강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CBAM의 본격적인 시행을 불과 8일 앞둔 시점이다. 이 생산 라인은 수소 기반 샤프트 퍼니스와 전기로, 연속주조 공정을 결합해 연간 약 180만 톤의 저탄소 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고로(BF-BOF) 방식 대비 탄소배출을 50~90%까지 줄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저탄소 강판을 개발하고 있지만,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 가속화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CBAM은 새로운 리스크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이제 투자 대상 기업이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이에 대응해 많은 기업이 내부 탄소가격제(Internal Carbon Pricing, ICP)를 도입해 미래의 탄소비용을 사업계획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기업 중 ICP를 도입한 기업은 2020년 853개에서 2024년 15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ESG 펀드들은 CBAM 적용 품목 비중이 높으면서 탄소감축 실적이 저조한 기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이나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PFZW)과 파워 모니터링 엑스퍼트(PME)가 블랙록에서 230억 달러 이상을 철회한 사례 역시 기후 리스크 관리가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탄소규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26년 1월 초 CBAM을 ‘차별적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바오우강철 등을 통해 CBAM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WTO 제소를 언급하며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저탄소 제철 기술 상용화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계산이다.

    미국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판 CBAM인 CCA(청정경쟁법, Clean Competition Act)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ESG 기조와 무관하게 탄소국경조정은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 정부도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가격과 EU ETS 가격의 차액을 최소화해 이중 부담을 줄이는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현재 K-ETS 가격이 톤당 약 1만 원 수준으로 EU ETS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격차는 곧 한국 수출 기업의 CBAM 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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