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재산신고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인 예금이 1년 만에 8억원가량 급증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사업가와의 채무 관계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공보 등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1년 3월 재산신고에서 예금을 전년보다 약 5억4000만원 늘어난 13억4000만원으로 기재했다. 이듬해 재산신고에서는 예금 항목이 약 7억900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배우자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의 예금은 약 8억6000만원 감소한 22억원으로 신고했다.
배우자 예금이 이 후보자에게 이전됐다면 부부 간 증여에 해당해 증여세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가 아니라면 소득 출처를 증명해야 하지만, 관련 설명이 신고 내역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부부간 단기 자금 융통과 재산신고 시점 차이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상 부부간 단기 자금 융통이라 하더라도 1000만원 이상이면 채권·채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이 후보자가 이를 누락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재산신고 누락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자는 2017년 8월 언론을 통해 사업가 옥 모 씨와의 현금 거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돈을 빌린 것으로 대가성은 없었고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으며,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옥 씨가 수시로 연락해 개인적으로 쓰고 갚으라고 해 중간중간 갚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지속하다가 3~4개월 전 6000만원 전액을 모두 갚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옥 씨와 금전 거래가 있었음에도 2016~2017년 재산신고에 해당 채무 관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차 의원실에 “2016년 신고 당시 채무액이 확정되지 않아 해당 채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상 채무액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1000만원 이상 금전 거래가 오갔다면 채권·채무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는 게 국회사무처 설명이다.
차 의원은 “엄연한 재산신고 등록 사항임에도 이를 누락한 것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며 “후보자는 배우자와의 예금 거래 내역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 부부 간 증여 등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