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거주 2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아침마다 출근복 고민이 잦다. 옷장은 가득 차 있는데 정작 회사 분위기에 맞는 단정한 옷을 고르려 하면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서다. 최 씨가 고민 끝에 택한 대안은 깔끔한 기본 아이템 몇 벌을 마련해 출근복으로 반복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매번 출근 복장을 고르는 게 부담이었는데 요즘은 기본 바지 두 벌과 니트 서너 벌을 출근복으로 정해 두고 돌려 입는다"며 "코디 고민 없이 준비할 수 있어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옷에 쓰는 비용도 줄었다"고 말했다.
매일 입을 옷을 고민하는 데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 기본 아이템 몇 벌을 반복해 입는 '돌려입기'가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고물가 속 불필요한 소비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패션 브랜드들도 활용도 높은 기본 아이템 중심으로 관련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돌려입기' 트렌드…피로 덜고 지갑 지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의상 돌려입기'를 주제로 한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 30만~40만회에 달할 정도인데 특히 직장인 중심으로 호의적 반응이 쏟아졌다.이 같은 트렌드가 확산한 데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반적인 패션 소비가 위축된 여파도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7일 발표한 '2025년 패션 소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11월 기준 여성복(정장) 소비액은 약 4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4조9900억원) 대비 약 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복(정장)도 약 5조6700억원에서 약 5조5300억원으로 2.5% 줄었다.
패션 브랜드의 상·하의 셋업은 보통 10만원대 중반~20만원대 초반 가격인데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경우 이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출근복에 대한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여러 벌을 갖추기보다는 디자인 차이가 크지 않은 슬랙스 등 기본 아이템을 중심으로 가격 대비 활용도를 따지는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성비' 기본템에 몰리는 소비자…매출 '쑥'
실제 패션 브랜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이랜드리테일이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 '이즈멜본'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했다. 회사는 3040세대 직장인 여성이 출근룩로 많이 찾는 슬랙스 등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품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해당 브랜드의 바지 상품 중 약 90%가 4만~5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회사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30~40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피팅을 진행하며 수요를 파악했다. 그 결과 가장 선호도가 높은 슬랙스를 △부츠컷 △원턱형 △투턱형 등 세 유형으로 세분화하고, 구김이 적은 사방스판 소재와 허리 밴딩을 적용해 실용성을 높였다.
올 봄·여름(SS) 시즌에는 데님 제품도 부츠컷, 슬림 와이드, 맥시 와이드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이즈멜본 관계자는 "3040세대 여성 직장인들이 추구하는 '절제된 편안함'에 집중한 출근룩을 제안하고 있다"며 "향후 데님 등 기본 아이템 전반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성복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4/7시리즈'는 지난해 11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첫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 나섰다. 해당 브랜드는 '하루 24시간, 주 7일 언제든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핵심 철학으로 삼아 데님 팬츠·레더 재킷 등 유행을 타지 않는 실용도 높은 아이템을 중점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회사에 따르면 매장 개점 후 두달(지난해 11~12월)간 브랜드 전체 매출이 직전 동기간 대비 163%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2030 직장인들은 과한 트렌디함보다 질리지 않는 베이직함, 합리적 가격, 높은 활용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고물가로 의류 소비에 신중해진 만큼 적은 수의 옷을 잘 활용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