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합니다. 리서치보조(RA)한테 질문하라고 할 수도 없고요." (한 외국계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29일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및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를 연다. 메모리반도체 '투 톱'이 분기 및 반기 사업 전망과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애널리스트·투자자 질문을 받는 콘퍼런스콜을 같은 날 여는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 시간은 SK하이닉스가 29일 오전 9시, 삼성전자는 같은 날 오전 10시다. 콘퍼런스콜이 보통 한 시간 30분,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행사가 겹칠 수밖에 없다. 그간 두 회사는 투자자 편의 등을 감안해 짧게는 하루이틀, 길게는 한 주 정도 콘퍼런스콜 간격을 뒀다.
29일을 선점한 건 삼성전자다. 지난 8일에 공시를 통해 콘퍼런스콜 개최를 알렸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는 21일 또는 28일께 콘퍼런스콜을 열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과 달리 SK하이닉스도 29일을 골랐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전략적인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보다 하루 이상 먼저 콘퍼런스콜을 열고 사업 현황과 전략을 공개하면 들고 있는 패를 삼성전자에 먼저 보여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삼성전자보다 늦게 하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같은 날' 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대상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납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는 이번 콘퍼런스콜을 통해 HBM4 품질테스트 현황, 본격적인 제품 양산 시점 등에 대해 시장에 메시지를 주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확정 실적을 발표하기 전 반드시 이사회를 열고 승인받아야 한다"며 "이사진의 일정이 이달 28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29일 콘퍼런스콜을 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같은 날 콘퍼런스콜을 하게 되면서 국내외 금융투자회사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난감해졌다. 콘퍼런스콜에선 회사 임원의 사업 설명을 듣고 애널리스트의 질문과 회사 측 답변이 이뤄지는데, 행사 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혼자 담당하는 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콘퍼런스콜을 여는 게 처음이라서 질문 시간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콘퍼런스콜 이후 기관투자가의 문의도 쏟아질 텐데, 하루에 두 회사를 동시에 커버하는 게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