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이날 기준 5만7579명으로 집계됐다. 과반 노조가 되려면 총 6만2500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4921명 남았다. 1만명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에 비해 덩치가 약 5배 커졌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최근 들어 급증세다. 지난 13일만 해도 5만5268명이었는데 사흘 만에 2402명이 추가로 초기업노조에 가입, 이 추세대로라면 과반 노조 달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를 달성할 경우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초 사례가 된다. 과반 노조에 올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게 되면 노노 간, 노사 간 구도 전반에 걸쳐 변화가 따른다.
과반 노조와 소수 노조의 결정적 차이는 '교섭권'에 있다. 과반 노조는 회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갖는다. 회사는 과반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삼성전자엔 현재 과반 노조가 없어 초기업노조를 포함한 소수 노조들이 공동교섭단을 꾸려 회사와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과반 노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지위도 얻는다.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경우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 권한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 지명권도 갖는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삼성전자 보상 체계에 대한 반도체 사업 부문 직원들의 불만이 꼽힌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들이 역대급 성과급을 받은 SK하이닉스 사례를 접하면서 불만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가 초기업노조 세 확산에 불을 지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목표달성장려금(TAI) 등의 대표적인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제시한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초과이익 중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사업부별 실적을 고려해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지급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성과연동주식보상(PSU) 제도를 도입해 향후 3년간 주가 상승 폭에 맞춰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도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12월 임금교섭 3차 본교섭에서 "2026년 OPI 지급률은 당사 실적 전망을 봤을 때 50%로 예상된다"며 "경쟁사 대비 약 8배 차이가 발생하는 지급률인데 이에 대한 사측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경쟁사와 직원 수, 매출, 1인당 영업이익 등이 달라 단순 수치 비교는 어렵다"며 "사업부별 상황을 노측에서도 고려해 교섭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맞섰다.
지난 13일 진행된 5차 본교섭에선 TAI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교섭에선 사측이 현행 방식이 경쟁사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현재 TAI 제도는 실적이 적자인 경우에도 일정 요건 충족 땐 지급이 가능한 구조"라며 "노측 요구처럼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률로 변경할 경우 실적 구간에 따라 TAI가 지급되지 않거나 현저히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과 교섭 이후엔 과반 노조 탄생이 한층 더 가시화될 전망이다. 초기업노조는 지난해 12월1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공문을 보내 노조 통합 의사를 물었다. 이는 앞서 전삼노가 단일노조 통합을 언급한 입장문에 대한 화답 성격으로 사실상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전삼노는 같은 날 초기업노조에 "(2026년) 교섭 마무리 이후 통합추진위원회 등의 논의를 위한 실무기구 구성이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