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간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 중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경쟁력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경쟁력은 다소 하락했지만 기술개발 등으로 품목 경쟁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철강과 화공품은 수출경쟁력이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16일 공개한 '주요 품목별 수출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미국 관세 인상 등 통상환경 악화 속에서도 3.8% 늘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외형적 성과와 달리, 우리나라 수출의 글로벌 점유율은 2018년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전체 수출 점유율 하락의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출 대상국의 수입 수요 여건 등을 통제한 뒤 순수하게 공급 측면에서 2018∼2024년 주요 수출 품목의 품목·시장 경쟁력을 측정했다.
반도체의 경우 국내 메모리업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DDR5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경쟁국 업체보다 빠르게 개발·상용화하면서 품목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2022∼2024년 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은 떨어졌다. 중국업체들이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을 통해 메모리 양산 능력을 키워 범용제품 위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같은 기간 해외 생산 확대 등으로 시장 경쟁력은 약해졌지만, 품목 경쟁력 개선이 두드러졌다. 2010년대 말 고급 자동차 브랜드를 출시하고 품질을 꾸준히 높인 데다, 내연기관과 별도의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해 2022∼2024년 전기차 경쟁력도 키운 결과다.
화학공업제품은 2010년대 말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미국의 셰일가스 부산물 범용제품으로 위협받았지만, 특수제품 비중을 늘리는 등 고부가가치 전환 노력에 힘입어 긴 시계에서는 품목 경쟁력이 일부 개선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시장 내 자급률 상승과 경쟁 심화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석유제품의 품목 경쟁력은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 고도화로 2022년 이후 크게 좋아졌고, 최근 주요 수출 시장의 수요도 호전되는 추세다.
반면 철강·기계의 경우 2018년 이후 품목·시장 경쟁력이 모두 하락했다. 철강은 2010년대 중반 중국의 설비 증설과 부동산 불황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중국산 저가 품목이 세계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기계의 경우 중국의 범용기계가 저가로 수출되면서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철강과 화확공업제품 등 경쟁력이 떨어진 품목은 현재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술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집중하고 반도체·자동차 등은 연구·개발(R&D) 지원과 기술 보안을 통해 우위를 굳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네트워크를 확충해 통상 비용을 낮춰 우리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