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P월드 4년 연속 뛰는 한국계 선수
佛이민자 2세대…4살 때 골프 시작
주니어 챔피언·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
프로무대선 지난 시즌 준우승 최고 성적
샷 고민 해결 위해 작년 11월 한국행
이시우 코치에게 직접 연락해 도움 요청
“족집게 지도에 감명받아 전지훈련 동행
올해 제네시스챔피언십서 존재 알리고파”
DP월드투어에서 네 시즌 연속 시드를 지켜온 고정원(프랑스)은 스스로를 “결과보다 과정이 아쉬운 선수”라고 표현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성공일 수 있지만, 늘 시즌 막판에 몰아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에서 만난 고정원은 “필요할 때 결과를 냈다는 건 분명한 강점이지만, 이제는 주기적으로 커트를 통과하고 기회를 만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이시우 코치님을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인 피 자부심
프랑스로 이민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1998년생 고정원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LIV골프와 함께 세계 3대 투어로 꼽히는 DP월드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랑스 국적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한국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고정원은 “국적이 한국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피를 가진 자부심이 있다”며 “한국은 저에게 제2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간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는 고정원은 프랑스에서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열한 살 땐 프랑스 주니어 챔피언에 올랐고 고등학교 땐 프랑스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고정원은 “여섯 살 때 골프장에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때 실력이 크게 늘었다”며 아낌없이 지원해 준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9년 프로로 전향한 뒤 4년간 DP월드투어의 2부인 챌린지투어에서 뛰어야 했다. 2023년 가까스로 DP월드투어에 진출했으나 매년 턱걸이로 시드를 유지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지난해 9월 페덱스프랑스오픈 준우승으로 아직 프로 무대에선 우승이 없다. 고정원은 “DP월드투어에서 4시즌 연속 시드를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며 “꾸준하지 못한 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시우 코치님에게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올 목표는 첫 승 달성”
고정원은 지난해 11월 DP월드투어 시즌이 끝난 직후 한국을 찾았다. 이 코치에게 직접 레슨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유럽에서 뛰면서 굳이 한국인 코치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 “TV 등 방송을 통해 많이 뵀던 분이고, 리디아 고(뉴질랜드) 고진영 김주형 등 뛰어난 선수들을 지도할 만큼 능력 있는 분”이라며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어 꼭 한번 배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코치와 만남은 운명이었다. 이 코치가 자신이 오랜 고민을 단번에 짚어냈기 때문이다. 고정원은 “제가 하체 힘은 좋은데 스윙에서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며 “코치님께서 제 스윙을 보신 뒤 정확하게 지적하셨고, 두 달 정도 지도받으면서 확실히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고정원은 최대 300m를 칠 수 있는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라며 “과거엔 힘으로만 공을 쳤다면, 레깅을 깊게 눌러 힙으로 회전하는 느낌으로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부터 이시우 코치가 이끄는 빅피쉬골프아카데미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함께하고 있는 고정원은 오는 22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미레이츠GC에서 열리는 히어로두바이데저트클래식을 통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바레인과 카타르 대회를 마친 뒤 2월 초 다시 포르투갈로 돌아와 전지훈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정원은 “장기 전지훈련은 유럽에선 없는 문화”라며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배울 기회라 정말 좋은 시스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 260~270m 장타가 무기인 고정원의 목표는 명확했다. DP월드투어 시즌 톱10에 들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드를 따내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PGA투어 진출을 꿈꿔왔다는 그는 “올해 목표는 첫 승 달성”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작년에 아쉽게 우승을 놓친 프랑스오픈과 한국에서 열리는 제네시스챔피언십이 욕심나는 대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출전권은 없지만 상반기 좋은 성적을 내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