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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본 안 가요'…돌변한 외국인 유학생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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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본 안 가요'…돌변한 외국인 유학생들,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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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아메리카)·유럽 지역 청년층 사이에서 ‘갭이어(학업·취업 전후 체험 중심 탐색 기간)’ 목적지로 서울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한국어학당을 찾는 외국인 수강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안전한 치안에 더해 상대적으로 낮은 체류 비용, ‘K-콘텐츠’ 확산에 따른 한국어 학습 수요 증가가 맞물린 영향이다.
    미주·유럽 출신 늘고, 동아시아권 줄고
    15일 연세대에 따르면 국내 최초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기관인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미주(아메리카)·유럽 출신 유학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143명에서 지난해 3250명으로 51.6% 증가했다. 전체 수강생 가운데 미주·유럽 출신 비중도 같은 기간 29.1%에서 35.3%로 6.2%포인트 상승했다.

    동아시아권 유학생 비중이 줄어들면서 한국어학당 수강생의 국적 구성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3%에서 27.0%로 낮아졌고, 일본인 유학생 역시 17.5%에서 14.4%로 줄었다.


    서울 시내 대학 전반에서 어학당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몽골 유학생 유치에 특화한 중앙대의 경우 어학연수생 수가 2023년 4037명에서 2024년 5924명, 지난해 8754명으로 급증했다. 성수 권역에 위치한 세종대도 입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어학원 유학생 수가 2023년 3133명에서 2024년 3972명, 지난해 4186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외국인 청년들이 갭이어 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해 장기 체류에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어학당 등록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갭이어란 학업이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진로 탐색, 여행,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면서 자신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갖는 북미·유럽권 학생들의 문화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 어학연수생 수는 지난해 5만8764명으로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대학가에서는 한류 콘텐츠 인기와 안전한 치안 환경, 낮은 체류 비용에 힘입어 대표적인 아시아 갭이어 국가였던 일본을 제치고 서울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체류 비용이 더해지면서 일정 기간 한국에 머물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어권 유학생 5.4배 폭증”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출신 대학생 콜린 에드워드(27)는 한국어 습득을 목적으로 지난해 9월부터 한국에서 갭이어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계기로 K-컬처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결정적으로 한국 체류를 선택한 배경은 한국어 습득이 향후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콜린은 “K-콘텐츠 인기로 한국어는 미국에 돌아가서도 쓰임새가 많은 언어가 됐다”며 “언젠가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 전권을 한국어로 읽는 것을 목표로 한국어 실력을 빠르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한국어 학습 수요를 타고 여러 국가에서 외국인 청년들이 몰려오면서 한국이 ‘갭이어 인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대학가 상권과 교육·체험 서비스 전반에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되며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 역시 아시아권 등 특정 국가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며 각축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북미·유럽 등 영어권 유학생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학원 고고한국에 따르면 이 유학원을 통해 입국한 D-4 비자 유학생 수는 2019년 250명에서 2024년 1350명으로 5.4배 증가했다. 증가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져 연간 1500명을 넘어섰다. D-4 비자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어학당이나 어학연수기관 등에 등록해 어학연수를 받기 위해 발급되는 일반연수 비자다. 6개월에서 2년간 한국에 체류하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유학생들이 받는다.


    K-컬처 확산과 함께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직접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택하는 외국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어는 취미 차원을 넘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까지 활용되면서다. 덕분에 한국어 실력을 공식 인증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시험 응시자는 2021년 33만16명에서 지난해 56만6665명으로 급증했다. 해외 대학으로 한국어 관련 온라인 강의를 송출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글로벌 e-스쿨 사업은 한국어 수요가 늘어나면서 2019년 97개교(30개국)에서 지난해 185개국(49개국)으로 송출 대학이 늘어났다.

    콜롬비아국립대 약학대에 다니던 루이사 마리아(29)는 한국어와 제약 분야를 연결하는 진로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3월 D-4 비자로 입국해 중앙대를 다니고 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며 제약 관련 경험을 살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병행 중이다. 마리아는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에 입사해 한국 제약사와의 협력 업무를 맡는 것이 꿈”이라며 “토픽 6급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과외까지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댄스 동아리’ 신입 절반 외국인
    한국어를 배우려는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대학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인들의 교류가 증대되면서 대학 학내 문화도 바뀌고 있다. 연세대 K-POP 댄스동아리 ‘츄러스’는 지난해 하반기 신입 부원 15명 중 7명을 외국인 유학생으로 선발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교류를 늘려보겠다는 취지다. 츄러스 회장인 김한을 씨(20)는 “기존 부원들이 모두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 올해부터 한국어학당 유학생들도 뽑고 있다”며 “유학생들은 한국의 무대 촬영 기술이나 버스킹, 대학간 대전 등에 관심이 많고, 우리는 새로운 안무 짜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는 코로나19를 맞으면서 대학생 모임 문화가 줄어들어 고사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외국인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신촌은 외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고급 주거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디앤디는 신촌에 임대주택 브랜드인 ‘에피소드’의 두 번째 지점을 열 예정이다. 연세대는 외국인 유학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가운데 30개호실을 계약했다. 고려대 인근 임대주택 ‘홈즈 안암’은 95% 이상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건국대 인근에 있는 임대주택 ‘셀립’은 거주자 70%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임대주택들의 임차료는 관리비 포함 월 150만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늘면서 대학가 주변 사설 어학원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부 어학원은 수업 제공을 넘어 장기 숙소까지 연계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으며 정주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홍대 인근에 자리한 LTL랭귀지스쿨은 홈페이지를 통해 ‘GOSIWON(고시원)’ 정보를 함께 안내하고 있고, 하자 코리아 등 영어권 유학생을 겨냥한 교육업체들도 잇따라 문을 열며 대학가 상권에 활력을 보태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숙박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주거 중개 플랫폼 ‘독립생활’은 대학가 고시원, 원룸텔, 레지던스 등 숙박시설과 제휴를 맺고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윤호정 세종대 세종어학원장(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대학 어학당은 아시아권 학생들이 학부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한국어를 배우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일정 기간 체류하며 장기 여행을 병행하려는 청년층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두 학기 이상 어학원을 수강하면서 한국어를 익힌 뒤 본국으로 돌아가 창업에 활용하거나 K-콘텐츠 관련 산업에 진출하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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