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 디지털 금융(Green Digital Finance)은 녹색금융과 탄소금융이 오랜 기간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녹색금융은 환경성과 정의와 측정 기준이 불명확하고, 사후 검증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그린워싱 논란을 반복적으로 초래해왔다.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저해하고, 녹색 자본이 실질적 감축 효과가 높은 분야로 배분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탄소금융 역시 배출량 산정과 감축 성과에 대한 측정·보고·검증(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MRV)이 충분히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로 인해 탄소가격 신호의 신뢰성 또한 제한되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신뢰 가능한 데이터와 검증 체계 부재’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녹색금융의 양적·질적 확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그린 디지털 금융이 요구된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DLT)은 거래 기록과 환경성과 데이터를 동일한 장부에 저장함으로써 위·변조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자금 흐름과 성과 정보를 연계해 추적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녹색 프로젝트의 자금 사용과 환경성과를 보다 정밀하고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게 해 MRV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한다. 실제로 일본과 홍콩 등에서는 디지털 그린본드를 통해 발행·결제·사후 보고를 하나의 디지털 인프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녹색금융이 선언적 기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검증 가능한 금융’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탄소시장으로 확장될 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탄소 크레디트를 토큰화할 경우 감축 프로젝트 정보와 MRV 데이터가 크레디트와 직접 연계되어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이 크게 향상된다. 나아가, 공통의 디지털 표준과 상호운용성을 전제로 한다면 국가별로 분절된 탄소시장을 연결해 아시아 공동의 탄소시장 구축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ASEAN+3 Digital Bond Market Forum(ABMF)’에서는 탄소 크레디트의 토큰화를 활용해 아시아 차원의 공동 탄소시장과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감축 비용이 낮은 지역의 성과를 역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탄소가격 신호를 점진적으로 정합화하는 현실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기후변화 대응이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과제라는 점에서 그린 디지털 금융은 글로벌 정합성과 호환성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배출 비중이 큰 중국, 일본과 호환 가능한 디지털 기반 녹색·탄소금융 시스템을 아시아 차원에서 구축하는 것은 한국 녹색금융의 확장성과 정책적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국내적으로는 녹색금융을 단순한 상품 확대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 혁신 문제로 인식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뢰 기반 구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제 녹색금융 성패가 발행 규모보다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국제적으로 연결 가능한 시스템 위에서 설계되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
ASEAN+3 Digital Bond Market Forum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