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히트펌프로 생성한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지난 12일 마쳤다. 정부는 앞서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t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예산 583억원을 편성하고, 가구당 최대 700만원의 설치 보조금 지급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시행령 입법예고엔 1866개 의견이 접수될 정도로 관심이 컸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부의 목표엔 동의하지만 무리한 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너지업계에선 기준 없는 시행령이 무분별한 히트펌프 확산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등 18개 단체가 시행령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동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동력으로 공기열을 만드는 난방시설인데, 계절에 따라 전기를 많이 쓰게 돼 오히려 보일러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현재 입법 예고된 시행령은 히트펌프를 통해 얻은 에너지량이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겠다고 하지만, 그 기준을 확실하게 규정하진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시행령을 근거로 히트펌프를 쓰는 소비자가 전기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설치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히트펌프 설치비용이 가구당 1000만원이 넘다 보니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히트펌프가 특정 기준을 만족할 때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해 각각 검토보고서를 내고 “공기열에너지도 투입되는 전기 대비 생산되는 에너지량(COP)이 일정 기준 이상일 때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할 수 있도록 최소 요구 성능 등 적절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자는 취지의 법안도 나왔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계절성능계수(SPF)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히트펌프로 생산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 인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만 히트펌프가 ‘그린워싱’(실제로는 환경에 도움이 안 되거나 해를 끼치면서도 친환경으로 포장해 오도하는 행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