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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 칼럼] 와타나베 부인이 일본을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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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 칼럼] 와타나베 부인이 일본을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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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2년 말은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개인 해외투자자들의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이 본격화한 시기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이후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해외로 나갔던 와타나베 부인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엔고로 주춤하다 아베노믹스의 돈풀기를 신호로 2차 탈출이 일어난 것이다. 2013년부터 와타나베 부인의 해외 투자는 월간 수조엔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와타나베 부인의 해외 투자는 엔저에 불을 질렀다. 2012년 10월 달러당 80엔 선이던 엔화는 1년 만에 120엔까지 치솟았고, 이것이 초장기 엔저의 시작이었다. 엔저 고착화는 벌써 1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국내투자 역전 현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와타나베 부인의 일본 탈출은 미·일 간 금리 격차에 따른 ‘엔캐리’ 탓도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그로 인한 자국 시장 매력 감소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제조업들은 혁신을 게을리해 정보기술(IT) 중심의 글로벌 산업 재편에서 뒤처졌고, 정부 역시 경제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실패했다. 그 결과가 20년간 0%대 성장으로 제자리걸음한 일본이었고, 그 기간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IT 혁신을 주도하며 연평균 2%대 중반의 성장을 구가했다. 투자수익률을 놓고 봐도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나스닥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12%대로 일본 닛케이지수 상승률(4%대)의 세 배를 웃돈다. 투자란 수익을 좇는 게임인데, 와타나베 부인의 국장 탈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서학개미들의 국장 탈출을 보면 와타나베 부인의 해외 이탈을 방불케 한다. 최근 들어선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매달 미국 주식 투자액이 40조~50조원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외환당국 우려대로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상당 부분은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초래한 측면이 크긴 하다.


    정부의 대응 방식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다. 단기 수급이 환율 급등을 초래했다고 보고 달러 수요를 틀어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증권사의 해외 주식 영업·마케팅을 제한하거나, 수출 대기업들을 소환해 달러를 쌓아두지 말라고 압박한 것도 부족해 관세청을 동원해 기획 검사에까지 나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외로 이탈하려는 돈의 욕구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단기 대책이 끝나면 요요현상처럼 더 큰 후폭풍이 뒤따른다는 게 과거 정책의 경험칙이다. 작년 말 새해 원·달러 기준환율을 1400원대 초반으로 맞추려 환율을 억지로 눌러놓았지만 결국 해가 바뀌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지적을 하면 정부는 ‘또 구조개혁 타령이냐’고 할 것이다. 당장 환율이 치솟는데, 팔짱 끼고 있으란 얘기냐고 반문할 게 뻔하다. 물론 손 놓고 있으란 건 아니다. 두 가지다. 하나는 단기 대책이라 하더라도 매우 영리하고 정교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가령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한답시고 연금의 환헤지 시점과 가격을 시장이 알아채게끔 패를 다 보여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기업을 불러다 달러를 쌓아놓지 말라고 하는 것도 하수다. 과거 대기업들은 은행 빚이 많아 정부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현금을 쟁여두고 있어 정부에 아쉬울 게 없다. 정부가 안달이 난 모습을 보고 기업들은 거꾸로 원화값이 더 떨어지겠구나, 달러를 팔면 안 되겠구나 했을 것이다.



    둘째, 시장이 원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다. 중장기적으로 환율을 어느 수준으로 안정시켜 관리해나갈 것인지,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수단을 펴갈 것인지에 관한 신뢰할 만한 플랜을 바라고 있다. 무너져가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시켜 해외로 떠난 투자자를 다시 국장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냐는 비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마침 국내 반도체 시장이 뜨겁다. 과거에 없던 슈퍼사이클의 시작이라고 한다. 해외로 탈출한 서학개미들이 국장으로 돌아올 호기다. 이런 마당에 3류 정치까지 개입해 반도체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식의 한심한 주장이 나오는 한 서학개미들의 국장 유턴은 기대난망일 수밖에 없고, 원화도 초장기 엔저의 운명을 뒤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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