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인터넷은행의 기술력과 서비스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금융·핀테크 리서치 기관 '탭인사이트(TAB Insights)'가 세계 디지털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에서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세계 4위에 올랐을 정도다. 토스뱅크는 9위, 케이뱅크도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2017년 7월에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2년도 되지 않아 흑자로 전환한 것은 금융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성장세란 평가를 받으며 두고두고 회자된다. 한국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터넷은행들이 혁신적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매진한 결과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글로벌 진출 역량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모두 한국 내수시장을 위주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해외 시장에선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반면 브라질의 누뱅크(Nubank)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로 성공적으로 진출해 현재 1억27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일본의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라인파이낸셜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국에서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
▶본지 1월 14일자 A17면 참조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 내수 시장에 머물러 있는 한국 인터넷은행과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인터넷은행의 차이를 탐색하기 위해 지난 12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라인뱅크 본사를 찾았다. 라인뱅크는 2021년 4월 출범한 대만의 1위 인터넷은행으로, 최대주주는 지분 51.15%를 들고 있는 라인파이낸셜이다. 라인파이낸셜의 모기업은 일본의 라인야후다.

타이베이 라인뱅크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황인준 라인파이낸셜 대표 겸 라인뱅크 이사회 회장(대만에선 이사회 '의장' 대신 '회장'이란 표현을 쓴다)은 '플랫폼 경쟁력'과 '현지화'를 강조했다. 그는 "메신저 앱인 라인(LINE)의 압도적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한 점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라인뱅크가 어떤 은행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라인뱅크는 대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은행이자, 대만 1위 인터넷은행입니다. 대만엔 총 3개의 인터넷은행이 있는데요, 모두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지만 라인뱅크의 고객 수가 220만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라인뱅크는 대만의 인터넷은행 중에 가장 빠르게 작년 12월 월간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라인뱅크는 올해에 분기, 반기, 연간 단위의 흑자를 모두 기록할 예정입니다."
▷대만의 다른 인터넷은행보다 빠르게 흑자 전환한 비결이 무엇입니까."라인뱅크는 'LINE' 메신저 앱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요. 대만에서 LINE의 영향력과 위상은 한국에서 카카오톡이 차지하는 것보다 높습니다. 대만 인구 2300만명 중 2200만명이 라인 앱을 사용할 정도죠. LINE이라는 메신저 앱의 절대적인 플랫폼 경쟁력이 라인뱅크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고 봅니다."
▷LINE과 라인뱅크는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가 연결되나요.
"대만 사람은 라인뱅크 앱을 다운받지 않아도 LINE 앱만 있으면 라인뱅크가 제공하는 사실상 모든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라인뱅크의 신용대출도 LINE 메신저 앱만으로 받을 수 있죠. 송금은 물론이고 계좌개설, 미국주식 투자, 보험 가입 등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LINE 앱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LINE과 라인뱅크의 긴밀한 서비스 연계는 한국 인터넷은행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국내 1위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27.16%)인데도 카카오톡과 카카오뱅크 사이의 서비스 연계는 깊지 않다.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는 상태에서 카카오톡 앱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 서비스는 아무것도 없다. 대출도 받을 수 없고, 계좌이체도 불가능하다. 카카오뱅크 앱을 먼저 연 이후에야 카카오톡 친구에게 계좌번호 없이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 정도가 유일한 연계 서비스로 꼽힌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1위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로는 앱의 안정성, 보안, 사용자인터페이스(UI) 충돌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관련 사안에 대해 2017년 4월 은행업 인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표는 당시 "카카오톡 안에 다른 앱들이 막 들어가는 것이 사용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유저들은 더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톡과 연계가 거의 되지 않는 카카오뱅크와는 전략이 다소 다른 것 같네요.
"제가 카카오와 카카오뱅크의 전략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명확히 다를 겁니다. LINE은 대만에 라인뱅크를 설립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라이프 온 라인(Life on LINE)'이라는 사업 비전을 명확히 세웠습니다. 하루의 모든 일상을 LINE으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비전이었죠. 라인뱅크는 Life on LINE 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탄생한 은행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인터넷은행 기획 단계부터 당연히 라인뱅크를 LINE과 연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UI·UX가 충돌하는 문제는 없나요.
"물론 어려움은 있습니다. LINE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려 해도 라인뱅크의 앱까지 수정해야 하고, 반대로 라인뱅크 앱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LINE까지 뜯어고쳐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일관성을 갖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LINE 유저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라인뱅크의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일본, 한국 등 많은 국가에서 인터넷은행은 보통 고객 입장에서 보조적 은행이에요. 대개는 시중은행을 '메인뱅크(주거래은행)'로 사용하면서, 몇몇 편의성을 누리기 위해 인터넷은행을 사용하는 식이죠. 저희는 꾸준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서 대만 국민이 라인뱅크를 메인뱅크로 쓰는 시대를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추가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내놓으려 하십니까.
"아직 시중은행에 비해선 너무나 부족한 서비스가 많아요. 주택담보대출도 아직 출시하지 못했고, 신용카드 사업도 새로 진출해야 해요. 기업금융 서비스도 내놓지 못했죠. 모두 앞으로 3년 내에 새로 진출할 사업들입니다. 올해엔 소규모 기업 대상 기업뱅킹 서비스를 우선 내놓으려 합니다."
황 대표가 말한 것처럼 라인뱅크는 아직 대만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가 한국에서 2020년에 이미 100% 비대면 방식의 주담대를 출시한 것과 비교하면 대만의 디지털뱅킹 수준이 아직 한국에 비해 뒤처져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 인터넷은행 업계보다 서비스와 기술력이 뒤처지더라도 라인파이낸셜은 해외로 뻗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라인파이낸셜은 대만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두 최근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라인파이낸셜이 2020년 태국에 설립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BK는 지난해 최초로 연간 단위 흑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법인에 지분투자(20%)를 통해 운영 중인 라인뱅크(인도네시아)는 작년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약 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은행업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마다 성과가 좋은 비결이 무엇입니까.
"플랫폼 경쟁력이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생각해요. LINE 앱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서 주로 쓰여요. 일본과 대만, 태국에선 해당 국가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는 1위 메신저 서비스에요. LINE 플랫폼 경쟁력을 토대로 뱅킹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은행을 새로 만들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워낙 크게 투입되기 때문에 어려움도 컸어요. 하지만 LINE 플랫폼을 통해 유저들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자는 저희의 기본적인 철학으로 굳건히 버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른 국가로 추가 진출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라인파이낸셜 대표로서 여러 고민이 있습니다. 우선 아까 말씀드렸던 4개국을 제외하면 LINE이 쓰이긴 쓰이더라도 지배적인 메신저 사업자인 국가가 없어요. 그래서 해외의 괜찮은 금융 플랫폼 기업이 있다면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식으로 해당 국가에 진출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어요.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금융 플랫폼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현장 실사도 몇 차례 나갔습니다. 모두 투자가 무산되긴 했지만요."
▷한국 시장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계획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LINE 유저가 한국에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은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의 인터넷은행들도 최근 해외 진출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 해줄 조언이 있다면.
"철저한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전략을 펼치지 않으면 실패할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해온 것처럼 주재원들이 몇 명 나가서 3~5년씩 파견 나갔다가 귀국하는 방식으로는 해외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금융 서비스도 로컬의 문화를 이해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LINE을 세계 각국에서 운영하다 보니 깨달은 것인데요, 금융 서비스는 기획·개발부터 운영, 사후관리까지 현지에서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현지 인력들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라인뱅크는 현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나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대만에서 LINE 사업을 2011년부터 펼쳤어요. 라인뱅크를 설립하기 10년 전부터 체득해온 현지화 노하우가 있었죠. 여기에 더해 설립 당시 2대 주주로 대만의 로컬 은행인 푸본은행의 투자를 받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 성공적인 현지화를 이끌었어요. 지금 라인뱅크의 최고경영자(CEO)도 푸본은행 임원 출신인 모리스황 대표에요. 최대주주인 라인파이낸셜이 CEO를 다른 사람으로 추천할 수도 있었겠지만, 푸본은행 출신을 대표로 모셔서 현지화에 성공했죠. 사실 해외에 진출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저희가 푸본은행과 협력하는 것처럼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를 잘 만나는 일 같아요."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의 LINE 서비스는 모두 다른가요.
"네 모두 달라요. 국가별로 서비스도 다르고 운영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철저히 현지 문화에 맞게 운영해야 합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