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검사팀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 맨 왼쪽)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우선 "현직 대통령인 피고인 윤석열과 김용현 등은 국민이 받을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욕을 위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찬탈해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하려 했다"고 계엄 사태를 정의했다.
"가장 극한 형벌로 대응해야"
그는 "국회의 정상적인 정치 활동을 반국가 행위로 몰아 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와 기능을 무력으로 정지시키는 한편,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체포와 일부 언론사에 대한 봉쇄 시도, 부정선거 조작과 선거관리 사무 장악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강제로 침해했다"면서 "이는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직접적이고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서 그 목적, 수단, 실행 양태에 비춰볼 때 국가보안법이 규율 대상으로 하는 반국가활동의 성격을 갖는다"고 짚었다.박 특검보는 "국회와 선관위에 대한 무장 군인 난입,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이라며 "단순 권한 남용이나 위법한 국정 운영의 차원을 넘어 헌법이 설계한 국가 작동 구조를 무력화하고 군사·경찰력에 의해 국가 권력과 통치 구조를 재편하려 한 내란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전두환·노태우 세력의 내란을 단죄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친위 쿠데타'에 의한 헌정질서 파괴 시도가 다시 반복될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 엘리트들이 자행한 헌법 질서 파괴행위를 전두환·노태우 세력보다 더 엄정하게 단죄해 대한민국이 형사사법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헌정질서를 수호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구형 사유와 관련, 박 특검보는 "내란죄는 폭동에 의해 불법으로 국가 조직의 기본 제도를 파괴함으로써 헌법이 설계한 민주적 기본 질서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며 "어떤 범죄와도 비교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공동체의 존립과 안전을 근본적으로 해하는 범죄에 대해선 가장 극한 형벌로 대응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 이 사건 내란 범행에 대한 엄정한 법적 책임 추궁은 헌정질서 수호와 형사사법 절차의 신뢰 및 정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이후 44년 만에 이뤄진 비상계엄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안정된 민주국가'라는 국민의 자긍심과 국제사회의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도 짚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군·경을 강제 동원한 것, 사회 전반에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한 점도 거론됐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해 막대한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국가 경제에 중대한 부담을 초래했다"며 계엄이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다고도 지적했다.
"반성 없는 尹…하급자들에게 책임 전가까지"
박 특검보는 "형벌의 양정에 있어선 범행 이후의 태도, 특히 진정한 반성 여부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라면서 "피고인 윤석열 등은 진지한 성찰이나 책임 의식을 보이고 있지 않고 견강부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악용한 지능적·계획적· 조직적 범행으로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등 측면에서 특별히 유리하게 참작할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범행 동기 측면에선 "2023년 10월 이전부터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계엄을 준비해 왔다"며 "'경고성 계엄' 등을 주장하며 계엄의 동기를 야당에 돌리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실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범행과 수단과 방법 측면에서도 "피고인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할 무렵 제기된 계엄 의혹에 대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으나 그 사이 계엄을 치밀하게 모의, 준비하고 있었다"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 요건을 조성하려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하기 위해 선제적 군사 조치를 기획하고 실행한 수법은 형을 가중할 사유"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특히 윤 전 대통령의 태도에 관해 "피고인은 구속 이후에도 수사·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하기는커녕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조사를 회피하는 등 형사사법 절차 자체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하급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책임지려는 자세 없이 사실대로 진술하는 이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는 등 책임을 전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두환·노태우 세력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어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 법정형 중 최저형으로 형을 정함은 마땅하지 않으며,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밖에 없다"고 최종 의견 진술을 마무리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