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723.10

  • 30.46
  • 0.65%
코스닥

942.18

  • 6.80
  • 0.72%
1/4

[김동욱 칼럼] 돌아온 '철학의 시간'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김동욱 칼럼] 돌아온 '철학의 시간'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교수들의 행색이 생각보다 남루해 보였다.” 1세대 철학자인 고(故) 김태길 서울대 철학과 교수(1920~2009)는 자전적 수필집 <흐르지 않는 세월>에서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던 당시 면접장에서 만난 철학과 교수들의 첫인상을 이렇게 떠올렸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가진 것이라곤 맨주먹 열정밖에 없었을 수험생 눈에도 철학자의 삶은 경제적 풍요와는 거리가 멀게만 보였던 모양이다. 노(老)철학자가 만년에 담담하게 소개한 청춘 시절의 에피소드는 철학자의 삶이 경제적 여유가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잘 드러내는 듯싶다.


    ‘밥 굶기 제격’이라며 ‘만년 비인기학과’ 꼬리표를 떼지 못하던 철학과에 요즘 학생이 몰린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마감한 2026학년도 서울대 인문대학 수시모집에서 철학과가 15.56 대 1 경쟁률로 지난해(17.89 대 1)에 이어 최고 경쟁률 학과 자리를 유지했다.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은 2021학년도 12.5 대 1을 기록하며 ‘10 대 1 경쟁률’을 훌쩍 넘은 이후 매년 수치가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대뿐 아니라 적잖은 대학에서 철학과 경쟁률이 유의미한 강세를 보였다.

    이런 ‘철학과 쏠림’ 현상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가 하지 못하는 ‘질문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논리와 추론 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철학의 장점이 새로운 시대에 부각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삶의 진리를 찾겠다며 철학도를 꿈꾸는 학생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성적에 맞춰서’ ‘대학 간판을 따고 싶어서’ 철학과를 지망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중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진학하는 ‘징검다리’ 역할로 철학과를 택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오랫동안 사회에서 홀대받았다. 그런 타성 때문일까. 최근 입시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것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아마도 철학이 당장에 별다른 쓸모가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근원을 탐구하고 인간의 존재를 고민하는 것을 당장 먹고사는 기술로 치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막막한 일이 아니겠나.

    따지고 보면 철학이 주목받는 시절은 불운한 시기였다. 플라톤은 조국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패망하고, 과두정 쿠데타로 정치적 혼란과 타락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철학의 문을 두드렸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부터 홉스와 칸트, 하이데거, 사르트르, 하버마스까지 수많은 사상가가 전쟁과 굶주림, 사회 부조리에 좌절하며 사색 속으로 침잠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에야 날개를 펴듯, 현실의 무게가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계속해서 철학을 찾았다. 벼랑 끝에 선 순간에야 눈에 띄는 철학만의 ‘쓸모’라도 있는 모양이다.



    연초 거리 풍경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공실로 텅 빈 상가, 치솟은 물가 탓에 꼭 닫은 지갑, 요동치는 국제 정세까지 사람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가득하다.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이들과 자영업자는 절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때마침 몸담은 출판사가 얼마 전 선보인 <장사의 철학>이라는 책을 들춰본다. ‘돈을 벌기 위해 장사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 ‘개업 첫날의 마음가짐과 노력을 유지하면 반드시 이익이 난다’ ‘번창이라는 이름의 파랑새는 고객의 마음속에 살고 있다’와 같은 일견 ‘공자님 말씀’ 같은 문구들을 접하다 보면 어느덧 텅 빈 나를 되돌아보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게 된다. 그렇게 ‘철학의 시간’에서 해답을 구해본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