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집은 성역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목표이고, 누군가에게는 계급의 상징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가계부채라는 이름의 거대한 족쇄다. 최근 미국 뉴저지주의 멀티패밀리(임대주택) 개발 현장을 보며, 한국의 ‘소유 집착’이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주택은 더 이상 소유해야 할 무거운 자산이 아니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주거 서비스이자,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이제 한국 역시 주택을 소유에서 사용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임을 확인했다.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영역에서 소유에서 사용으로의 변화를 경험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는 리스와 렌털이 대세가 됐고, 기업 오피스도 자가 보유에서 임대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가전제품까지 구독과 렌털이 일상화됐다. 유독 주거 영역만이 소유 중심의 관성에 갇혀 있을 뿐이다. 주거 역시 원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 렌털 경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이 대단히 비탄력적인 재화다.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고, 수요 역시 가격 변화에 즉각 반응하기 힘들다. 이런 시장에서는 취득과 보유에 쏠린 수요의 10%만 임대와 사용으로 이동해도 큰 가격 안정 효과가 발생한다.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전환은 은퇴 세대의 자산 유동화에도 결정적인 해법이 된다. 주택을 보유하고도 현금 흐름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은퇴 가구가 수두룩하다. 이들이 장기 임대로 거주하고 기존 주택을 금융자산으로 바꾼다면 노후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그 자체로 즉각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낸다. 신축만이 공급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리츠(REITs)와 같은 간접투자 구조를 결합하면, 고가 주거 자산을 사용과 소유의 가치로 분리하고 공유하는 ‘자산 민주화’도 가능해진다.
서두에서 언급한 뉴저지 저지시티의 ‘원 저널 스퀘어(One Journal Square)’ 프로젝트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용적률 약 2300%를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시장친화적이고 유연한 도시계획 제도 덕분이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대규모 공급을 실현할 수 있었다. 투자자는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주거 서비스 공급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자본의 합리적 운용이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
주택 정책의 목표가 더 이상 소유 확대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주거를 소유의 굴레에서 해방해 사용의 자유로 전환하는 것. 이를 통해 중산층이 장기간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자산 유동화의 길을 열어 더 많은 국민이 핵심 입지의 가치를 향유하게 하는 것. 대한민국 주거 정책이 마주한 시대적 소명이자 가야 할 다음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