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거리의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지상 변압기 및 개폐기가 세련된 디자인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한다.서울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관내 한국전력 지상기기를 대상으로 공공 디자인 시범사업 ‘도시의 비밀상자(Urban Secret Box·사진)’를 마무리했다고 13일 밝혔다.
한전 지상기기는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사업’에 따라 기존 전봇대 위 변압기나 개폐기 등을 내려놓은 설비다. 전력과 통신 등 도시 기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보행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돼 왔다. 여러 자치구에서 외관 개선 사업을 추진했으나 주로 안전 확보와 관리 중심에 머물러 일반 시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용산구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녹사평광장, 이태원전망대, 이태원역 일대 지상기기 5곳을 대상으로 새로운 공공 디자인을 적용했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기능적 확장’이라는 콘셉트 아래 표준형과 특화형 2개 모델을 제작했다. 표준형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외장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깔끔한 외관을 구현했다. 특화형은 장소의 특성에 맞게 세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구체적으로 △회전하는 공을 만지며 놀 수 있는 ‘놀이형’ △벤치와 테이블, 반려견 목줄 거치대 등 편의시설을 결합한 ‘시설조합형’ △지역의 이야기를 시각화한 ‘그래픽형’ 등이다. 단순한 전기 공급 장치를 넘어 주민 쉼터이자 소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는 이번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연내 이태원 일대 지상기기 10곳 이상에 해당 디자인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장소별 여건에 맞춰 서로 다른 솔루션을 제공하는 ‘용산형 모델’이 향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시설물 정비 지침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 구청장은 “한전 지상기기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도심 필수 설비”라며 “작은 기계장치 하나에도 공공 디자인의 가치를 투영해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