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의 박제된 유물로만 인식됐던 문화유산이 K컬처를 이끄는 가장 ‘힙’한 소비재가 됐다. 지난해 650만 명이 찾으며 개관 이래 최대 관람객을 달성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 상품 ‘뮷즈(MU:DS·박물관굿즈)’가 40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 열풍을 타고 ‘까치 호랑이 배지’가 단일 품목으로만 13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문화유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뮷즈’는 올해 동계올림픽 등 국제 이벤트와 연계해 박물관 문턱을 넘어 글로벌 진출에도 나선다.
13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의 연 매출액은 413억 원으로 전년(약 212억 원) 대비 94.8% 증가했다. 2021년 65억 원 수준이었던 뮷즈 연 매출액은 2024년까지 48.3%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려오다 지난해 폭발적으로 점프업했다. 재단 측은 “문화유산이 디자인과 생활소품,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재해석되며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면서 “일회성 기념품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자원이자 콘텐츠 상품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뮷즈의 인기 배경으로는 박물관 관람객의 증가와 글로벌 문화시장을 강타한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이 거론된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관람객은 전년(약 378만명) 대비 72% 증가한 650만 명을 기록했다. 2024년 기준으로 대입하면 루브르박물관(874만)과 바티칸박물관(683만)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만 전시한 ‘사유의 방’ 같은 테마 전시 공간부터 25만 명이 찾은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등 해외 명화를 조명한 특별전 등이 관람 수요를 자극한 결과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케데헌 열풍이 뮷즈 소비의 기폭제가 됐다. 넷플릭스에서 누적 5억 뷰를 달성한 이 영화는 한국 전통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한국 문화를 ‘소유하고 싶은 미감’으로 바꿨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 10개 중 1개(9.6%)를 외국인이 구매했는데, 케데헌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닮아 눈길을 끈 ‘까치 호랑이 배지’는 작품 인기와 맞물려 9만 개 넘게 팔렸다. 현재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순회전에서 선보인 뮷즈는 개막 1주일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리타분한 디자인을 벗어나 MZ세대 소장 욕구를 자극한 것도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김홍도의 걸작 중 하나인 ‘평안감사향연도’는 젊은 관람객 사이에서 작품 한구석에 있는 취객의 널브러진 모습과 흐리멍덩한 눈이 재조명됐는데, 여기서 영감받은 재단이 술을 채우면 잔에 그려진 취객의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로 만들어 6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밖에 단청 문양 키보드, 신라 금관총 금관을 형상화한 브로치, 곤룡포 문양의 비치타월 등이 출시할 때마다 매진될 정도로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재단은 올해 해외진출을 통해 뮷즈 브랜드를 고부가가치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개막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주요 국제 행사에 소개한다. 국가·기관 공식 선물 수요에 대응하는 프리미엄 상품군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용석 재단 사장은 “문화유산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