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게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의결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즉각 재심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최종 결론까지는 아직 절차들이 남아 있다. 당 지도부는 사안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6·3 지방선거는 물론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12일 밤 11시 10분께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약 1시간 뒤인 13일 0시 17분 자신의 SNS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심판원은 재심이 청구될 경우 60일 이내에 재결정을 내려야 하며, 재심 사유에 따라 이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다만 지도부는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적 관심 사안인 만큼 그렇게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늘 중으로 재심 청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가 비상징계권 발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그 정도인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재심 신청안 접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 당규상 심판원의 결정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윤리심판원의 판단을 두고선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도 있다고도 보고 있다. 제기된 13건의 의혹 가운데 11건은 징계 시효가 이미 만료됐고, 쿠팡 임원 접대·대한항공 의전 특혜 관련 2건만 시효가 남아 있는데 제명 사유에 해당하는지 더 철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동수 민주당 윤리심판원장은 제명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수 개의 사유만으로도 제명 처분이 가능하다는 심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기자에게 "당은 사법 판단과 별개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최근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장경태 의원의 윤리감찰단 조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한 방송에서 "윤리감찰단에서 피해자로부터도 자료를 받았고 장 의원에게도 소명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일 피해자 측은 "민주당 윤리감찰단으로부터 어떠한 연락이나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장 의원 사건은 윤리심판원 단계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다.
김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 의혹은 지선에 영향을 주고 장 대표의 최측근은 장 의원의 성비위 의혹은 지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냐"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리심판원이 김 전 원내대표의 재심을 기각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경우 제명 절차는 최고위원회의 보고 단계로 넘어간다. 이후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인 82명 이상이 찬성하면 제명 처분은 최종 확정된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자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당직자 출신인 이연희 의원은 이날 SNS에 "꽃이 진다고 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스스로 물러날 줄 알기에 다음 계절을 망치지 않는다"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 12일 "눈물을 머금고 '병기야 자진 탈당해라'라고 다시 말씀드린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