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2일 11: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통로를 회사채 발행(직접금융)에서 정부 정책 대출(간접금융)로 선회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시장 직접조달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을 조성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국민성장펀드의 지원을 받으면 올해 회사채 발행은 건너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조성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이 가운데 첨단 전략산업을 대상으로 50조원 규모의 초저금리 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금리는 2%대 국고채 수준으로 사실상 역마진을 감수한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10조원을 공급해준 뒤 대출 규모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기업에 2조원, 반도체 기업에 3조원, 모빌리티 기업에 2조원, 바이오 기업에 1조5000억원, 2차전지 기업에 5000억원 등으로 분배돼 있다. 이처럼 대규모 설비투자, 연구·개발(R&D) 등에 쓰일 자금을 연 2~3%대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규모가 약 110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회사채 시장 전체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자금을 사실상 향후 5년간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공급하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시장 평판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회사채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든다.
기업들의 대출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를 주로 하는 대기업 중심으로 관심이 크고,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에서도 별도 전담 조직을 만들어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정부가 재원을 조성하면 시중은행이 기업을 발굴해 대출을 집행하는 구조다.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예정된 회사채 물량은 약 6조원으로 올해 차환 예정 물량(9조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시설자금 투자 등을 위해 굳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줄어들면서 회사채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자금조달을 대체하는 구축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