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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줌 쓰나요?"
코로나19 팬데믹 후 주가가 부진하던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줌)이 최근 반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 화상회의 플랫폼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면서다. 특히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바닥 다졌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원격근무가 확산하며 급성장했던, 2020년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2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줌 주가는 2020년 478.3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2022년 73.5달러까지 내려왔다. 원격근무 수요가 줄면서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한 이후 약 3년간 60~85달러 선에서 횡보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서는 줌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86달러를 돌파하며 장중 9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1년간 줌 주가는 7.2% 올랐다. 최근 6개월로 좁히면 16.1% 상승하며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11.3%)을 넘어섰다. CNBC는 “2024년 내내 상승세를 제한했던 86달러 저항선을 돌파한 건 의미있는 변화”라며 “S&P500 수익률을 상회하는 점도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고성장 기술주’는 아니지만 AI 기능을 강화하며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줌은 최근 기업용 AI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AI 비서 컴패니언 3.0이 대표적이다. 이 AI는 회의 요약과 회의·채팅·외부 데이터 기반 통합 검색 기능 등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의 가장 중요한 대화는 줌에서 이뤄진다”며 “에이전트형 AI는 사용자의 특정 상황, 우선순위, 목표를 이해해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해 비즈니스 성과를 도출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다른 플랫폼과의 통합성에도 집중했다. 줌 워크플레이스 유료 계정 사용자는 줌 회의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 구글 미트, 웹엑스를 이용할 때도 해당 AI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플랫폼과 관계없이 일관된 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줌 폰’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줌 폰에 적용되는 AI 기반 가상 에이전트는 24시간 연중무휴 다국어 통화 처리를 제공한다. 접수 업무도 자동화해 부재중 전화를 줄일 수 있다. 제프리스는 “AI 전략이 성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100달러에서 105달러로 상향했다.
모멘텀 부족 우려도
줌은 AI 도입 강화에 힘입어 지난 3분기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이 기간 매출은 12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시장 추정치인 12억1400만달러를 웃돌았다.기업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점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기업 매출은 7억4140달러로 1년 전보다 6.1% 늘었다. 신규 고객은 1100명 늘었다. 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매출에 연간 10만달러 이상 기여한 고객사는 4363곳이다.

개인 고객 이탈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월평균 계정 해지율은 2.7%로 2분기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치가 완화되며 일반 사용자가 대거 이탈했는데 해지율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RBC캐피탈마켓은 “이 회사의 기업 사업은 여전히 핵심 강점”이라며 “투자자들은 회사의 AI 도구 성과와 일반 사용자의 이탈률 안정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RBC캐피탈마켓은 줌 목표주가를 110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월가는 줌의 재무 상태를 강점으로 꼽았다. 줌의 순현금 보유액은 약 77억달러로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상태라는 평가다.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6억1400만달러 발생해 시장 전망치(4억2200만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CNBC는 “성숙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며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안전마진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줌 주가가 극적으로 상승할 만한 모멘텀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근무와 오피스 출근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근무가 자리 잡았지만 원격근무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안정적 현금 흐름이 더 큰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쟁사가 MS,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도 변수다.
블룸버그는 보수적인 투자 의견을 내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줌에 매수 의견을 낸 증권사는 34곳 중 16곳으로 전체의 47.1% 수준이다. 보유와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각각 16곳(47.1%), 2곳(5.9%)이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