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년 만에 당명 개정을 공식 추진한다. 오는 2월 당명 개정을 마무리해 새 간판으로 6·3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30년 간 보수정당이 6번의 당명 개정을 통해 위기국면에서 돌파구를 모색해 왔던 만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번 당명 개정 승부수도 통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의힘, 2월 중 당명 개정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77만4000명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당명개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25.24%의 응답률 중 68.19%의 책임당원이 당명개정에 찬성했다"라며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새 당명 공모전을 거쳐 전문가 검토 후 2월 중 당명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총장은 "당명 개정을 통한 이기는 변화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당원들의 분명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당명 개정을 시작으로 장동혁 대표의 '이기는 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오는 2월 당명을 바꾸면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지 5년 만에 다시 당명을 바꾸는 게 된다.
90년 민자당부터 국민의힘까지 당명만 7개
당명 개정은 보수 정당이 위기마다 꺼내 들었던 돌파구다. 1990년 민주자유당부터 시작해 현재 국민의힘까지 야당은 총 7개의 당명을 거쳐오며 쇄신을 도모해 왔다. 다음달 당명 개정을 마무리하면 총 8개 당명을 쓴 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장 대표의 당명 개정 승부수도 통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앞서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은 비자금 사건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1996년 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다만 1996년 총선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하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의 직격탄을 맞자 당명을 개정한 뒤 불과 1년 9개월 만인 1997년 11월 다시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하고 당시 박근혜 당 대표 휘하에서 각종 선거에서 큰 차이로 민주당 계열 정당을 앞서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며 14년간 이어져 왔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관계자의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DDoS) 사건이 터지고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추락하자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변화를 모색했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에서 153석을 얻으며 승리했고, 박 비대위원장 역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당세가 쪼그라들자 새누리당은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했다. 이후 뚜렷한 지지율 회복을 도모하지 못하다가 2020년 2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중도 우파 진영과 연합해 당명을 미래통합당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 역시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등장하면서 그해 9월 당명을 다시 국민의힘으로 변경했다.
장 대표의 이번 당명 개정 승부수에 대해서도 야권 내에선 평가가 갈리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명 개정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실질적인 쇄신이 뒷받침돼야 당명 개정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당명 개정을 통해 쇄신 분기점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